바닥에 드러누운 '골리앗 크레인'…루마니아로 팔려간다

입력 2017-01-16 14:32   수정 2017-01-16 16:05

바닥에 드러누운 '골리앗 크레인'…루마니아로 팔려간다

성동산업 마산조선소 700t짜리 크레인 해체, 옛 영화 뒤로

(창원=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국내에서 사겠다는 곳이 없어 외국에 팔린다니 아쉬울 따름입니다"






16일 성동산업 마산조선소 철거현장에서 만난 배영욱(60) 아우리건설 회장은 해체된 700t짜리 골리앗 크레인을 바라보며 착잡해 했다.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된 성동산업 마산조선소 골리앗 크레인 해체작업이 거의 끝났다.

해체 전문업체가 석 달여 동안 높이 105m, 무게 3천200t짜리 쇳덩어리로 된 크레인을 6개 파트로 분해했다.

해체된 크레인은 마산항 4부두에서 중량물 운송 전용 선박에 실려 루마니아로 떠날 예정이다.

배 회장은 2008년 성동산업 마산조선소가 생길 때 이 크레인을 새로 설치하는 등 조선소 터 기반공사를 했다.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조선소 철거공사도 크레인 해체를 제외하고 이 회사가 맡았다.

그는 "이 골리앗 크레인을 세울 때 조선 블록뿐만 아니라 크고 훌륭한 배를 만들겠다는 기대가 컸다"며 "크레인을 다시 매입할 여력이 있는 조선소가 없을 정도로 국내 조선산업 기반이 무너졌다니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성동산업 마산조선소가 들어선 2008년 무렵은 조선산업 절정기였다.

선박 발주가 폭증해 조선소마다 몇 년 치씩 일감을 쌓아놓고 있었다.

수요는 많은데 배를 지을 조선소는 한정돼 있다 보니 선박 건조 가격도 치솟았다.

선박 블록이나 조선기자재 업체를 만들던 회사들도 너도나도 신조 사업에 뛰어들었다.

성동산업 역시 군함 등 특수선을 만들던 한진중공업 마산조선소 부지를 사들여 골리앗 크레인을 세우는 등 야드를 새롭게 만들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 같던 조선호황은 이듬해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꺼지기 시작했다.

선박 발주가 거짓말처럼 끊기더니 배값도 추락했다.

그 사이 국내 '빅3'를 제외한 후발주자 신생 조선소들은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기 시작했다.






성동산업 마산조선소 역시 유동성 위기를 넘지 못했다.

결국, 마산조선소 전체가 법원경매에 넘어가면서 조선소 터는 조각조각 잘려 팔렸고 250억원을 들여 만든 골리앗 크레인 역시 설치한 지 10년도 안 돼 해체되는 운명을 맞았다.

골리앗 크레인은 무게가 수백t이 넘은 선박구조물이나 블록을 들어서 옮기는 일을 한다.

조선소에서는 반드시 있어야 할 핵심 생산설비다.

그런데 성동산업 골리앗 크레인은 국내에서 사겠다는 곳이 없어 결국 헐값에 루마니아 조선소로 팔려간다.

법원경매에서 감정가가 190억원이 나온 이 크레인은 루마니아 업체가 해체·운송·재설치 비용을 모두 부담하는 형태로 감정가보다 훨씬 싸게 팔렸다.






seam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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