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연합뉴스) 류정엽 통신원 = 중남미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던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미국을 경유하면서 사실상 국가정상급 대우를 받으며 미국 정치권 인사들과 대거 접촉했다.
16일 대만 중국시보(中國時報) 등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온두라스, 니카라과,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순방을 마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16시간 체류한 뒤 전날 밤 오후 10시(현지시간)께 대만으로 귀국했다.
차이 총통은 귀국 기자회견을 통해 "중남미 4개국 정상회담을 통해 유대관계를 강화하고 미국 현지 기업 방문과 미국측 인사들과 면담을 통해 대만의 국제공간을 확대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차이 총통은 특히 샌프란시스코 경유 기간 사실상 국가정상급 대우를 받으며 미국 조야 인사들과 만남, 또는 전화통화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차이 총통은 먼저 지난해 6월 대만을 방문한 적 있는 미국 공화당 소속의 코리 가드너 미 하원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소위원회 위원장과 통화를 가졌다고 신문이 전했다.
가드너 위원장은 통화에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내정자의 11일 상원 인준청문회 당시 틸러슨 내정자에게 '대만관계법'과 '6항보증'(六項保證)을 토대로 대만과 관계를 더욱 심화시킬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6항 보증은 1982년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장징궈(蔣經國) 전 총통에게 대만 지원에 대한 구두상 묵계로 제시한 합의사항으로 대만에 대한 중국의 주권주장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고 중국이 대만에 압력을 행사하는 한 무기판매를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6가지 약속을 말한다.
앞서 미중 수교 직후인 1979년 미 의회에서 통과된 대만 관계법은 미국 정부가 대만의 방위 수요에 근거해 대만에 무기를 팔도록 의무화한 미국 국내법이다.
차기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실제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중국에 대한 협상카드로 제시하며 대만 접근책을 강화할 경우 미중간 갈등은 더욱 심화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 매체 펑촨메이(風傳媒)는 차이 총통이 미국 체류 기간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인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와도 연락을 주고 받았다는 정보를 입수해 진위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총통부 측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 대신 차이 총통이 알고 있는 몇 명의 미국 친구와 통화를 했을 뿐이며 미국 측과 협의에 따라 내용을 더 이상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특히 차이 총통은 샌프란시스코 경유 기간 실리콘밸리에 있는 트위터 본사를 방문하고 대만 정부가 올해부터 적극 추진하는 '아시안 실리콘밸리 개발센터' 사무소 개관식에 참석하는 등 사실상의 '방문' 일정을 소화했다.
트위터 본사 방문 일정도 트럼프 당선인이 주된 대외 소통 창구로 활용하고 있는 트위터를 존중한다는 의미와 함께 미국 소셜미디어에 대한 중국 당국의 검열 및 통제에 대한 항의하는 뜻을 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문명으로 된 트위터 계정이 있었음에도 오랫동안 사용치 않았던 차이 총통은 이번 트위터 본사 방문을 계기로 영문명으로 된 새 계정을 개설하기도 했다.
차이 총통이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이동할 때 경찰 순찰차 10여대와 오토바이 50여대가 함께 했다고 황중옌(黃重諺) 총통부 대변인은 전했다. 체류 당시 300여명의 중국 교민들이 "중국은 하나만 존재한다"고 외치며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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