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서열 존재…청주 무늬뿐인 고교 평준화 바로 잡았다

입력 2017-01-16 15:31  

학교 서열 존재…청주 무늬뿐인 고교 평준화 바로 잡았다

성적 우수생 특정高 쏠림 차단한 새 배정 방식 첫 적용

(청주=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 #1 내신성적(300점)만으로 합격자를 가렸던 2016학년도 청주 평준화 일반고 합격자 배정을 한 뒤 학생들의 평균 입학점수를 분석해보니 점수가 가장 좋은 학교와 가장 낮은 학교의 차이가 무려 21점이었다.

평준화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학교간 서열이 분명하게 갈린 것이다.

#2 선발고사가 있었던 2015학년도의 청주 평준화 일반고 합격자 배정 결과 A학교는 410점(내신성적 포함 420점 만점) 이상의 고득점자가 16명 배정됐다.

410점 이상 받은 학생은 B학교에 5명, C학교에도 7명이 입학했다. 그러나 D, E, F학교는 410점 이상 고득점자가 한 명도 들어오지 않았다.

기준을 낮춰 390점 이상 기록한 학생은 A학교 114명, B학교 84명, C학교 74명이었으나, D·E·F교는 3∼7명에 불과했다.

이는 작년까지 남고 6개교, 여고 5개교, 남녀공학 8개교 등 19개 청주 평준화고 합격자 배정 때 반복해서 발생했던 문제들이다.

이 역시 청주지역 19개 일반고가 무늬만 평준화일뿐 실상은 비평준화와 별반 다르지 않은 서열이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특정 학교에 성적 우수학생들이 쏠리면서 사실상 학교별 서열이 매겨지는 폐단이 생겼고 시간이 갈수록 이런 학교간 서열이 공고화된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그럼에도 합격자들이 입학 희망 학교를 1∼7지망하면 컴퓨터 추첨으로 학교를 배정하는 것이어서 겉으로는 별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비쳐졌다.

실상은 우수 학생들이 특정고에 대거 지원하고, 그 중에서 학교별로 학생을 배정하다보면 비평준화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결과가 나오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었다.

학교별 모집정원을 기준으로 1지망에서 50%, 2지망에서 30%, 3지망에서 10% 등 식으로 배정하다 보니 성적 우수자들이 골고루 분산되지 않았던 것이다.

수월성 교육 등을 내걸고 일찌감치 우수학생 유치에 뛰어들었거나 명문대 합격자 수에서 눈에 띄는 실적을 보인 특정 학교에 성적 우수 학생들이 대거 몰리곤했다.

'무늬만 평준화'라거나 '평준화 속 비평준화'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진정한 고교 평준화 실현을 위해 신입생 배정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던 이유다.

도교육청은 성적 우수학생들이 여러 학교에 골고루 분산돼야 평준화 지역 전체의 교육력이 향상되고, 학교 간 학력 격차가 해소된다고 판단, 평준화고 합격자 배정 방식 일대 수술을 가했다.

대학 입시에서 수시 전형 확대로 내신성적 비중이 커지는 상황에서 두뇌들이 특정 학교로 몰리면 오히려 내신 등급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는 점도 고려했다.

새 방식은 올해부터 남녀별로 합격생들의 중학교 내신성적을 1군(10%·상위), 2군(40%·중상위), 3군(40%·중하위), 4군(10%·하위)으로 나눠 성적 군별로 지망 학교(남학생 14지망·여학생 13지망)를 반영, 컴퓨터 추첨하는 것이다.

학교별 배정 인원이 공히 300명이라면 어떤 학교라도 상위 30명, 중상위 120명, 중하위 120명, 하위 30명씩 들어오는 시스템이다.

특정 학교 입학을 원하는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침해하는 제도라고 반발해 왔다.

도교육청은 청주 평준화 일반고 합격생 5천610명(선배정 229명 제외)을 대상으로 16일 학교 배정 컴퓨터 추첨을 했다.

1군 547명, 2군 2천251명, 3군 2천265명, 4군 547명의 배정 결과는 오는 20일 발표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오늘로 평준화 고교 간 선호·비선호 구분은 없어질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관계자는 "비교 대상을 더 좁히면 남고는 남고별로, 여고는 여고별로, 공학은 공학별로 입학성적이 거의 같아 변명의 여지가 없으므로 학교 측이 더 긴장의 끈을 조이고 교육력 제고를 위해 뛰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jc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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