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내일 오전 소환…조윤선 문체부 장관도 같은날 출석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전명훈 기자 = '왕실장'으로 권세를 떨치던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결국 17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게 됐다. 조윤선(5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조사를 받는다.
특검이 이들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피의자 신분이라고 명시한 만큼 사법처리 가능성에무게가 실린다.
이번 소환이 눈길을 끄는 것은 김 전 실장이 박근혜 정부에서 막강한 지위와 권한을 지녔던 실세였기 때문이다.
김 전 실장은 현 정부 초기인 2013년 8월부터 작년 2월까지 청와대 2인자이자 '대통령의 그림자'로 불리는 비서실장을 지냈다. 박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며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봤다.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때부터 2대에 걸쳐 인연을 맺은 특이한 이력도 있다.
1970년도 초 법무부 검사로 재직하며 유신헌법의 초안을 만드는 실무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이름을 따서 만든 '정수장학회'에서 장학금을 받은 졸업생 모임인 '상청회' 회장을 지냈고, 이런 이력과 충성심 덕분에 박 대통령의 신임이 매우 두터웠다는 후문이다.
김 전 실장은 국회 청문회에 나와 "최순실을 모른다"고 진술했지만,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한 토론회 영상에서 최씨의 실명을 거론하는 장면이 나오자 "최씨 이름을 못 들었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을 바꿔 위증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 전 실장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줄곧 관련성을 전면 부인해왔다.
조 장관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여성가족부 장관과 최초의 여성 정무수석을 잇달아 지내며 박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다.
변호사 출신으로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선거대책위 공동대변인으로 정계에 입문한 조 수석은 비례대표로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지낸 2012년부터 당선인 시절까지 대변인으로 보좌했다.
사상 첫 여성 정무수석에 기용되면서도 '튀지 않는' 행보와 세련된 스타일로 대중적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서초갑 공천 심사에서 탈락했지만 그해 9월 문체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조 장관은 작년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를 전혀 본 적 없다"고 부인했다가 이달 9일 두 번째 청문회에선 "예술인들 지원을 배제하는 그런 명단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며 리스트의 존재는 인지했다고 시인했다.
다만, 조 장관은 블랙리스트를 직접 본 적은 없고 작성 경위나 전달 경위는 알지 못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은 블랙리스트 의혹의 '윗선'으로 의심받는다.
앞서 특검팀은 블랙리스트 작성·관리가 자유민주주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중대범죄라고 판단하고, 명단 작성·관리에 관여한 김종덕(60) 전 문체부 장관과 정관주(53)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56)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구속했다.
김 전 실장은 대통령 비서실장 재임 당시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지원 배제 실행 업무의 '총지휘자'라는 의심을 산다.
조 장관은 2014년 6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재직하며 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다.
두 사람이 모두 소환되면서 리스트의 실체와 청와대 개입 여부 등을 규명하는 특검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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