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환율전쟁·금리인상·北리스크 등 4대 변수 넘어야
정부, 다양한 채널 가동해 불확실성 해소…"기회 요인도 있어"
(서울·세종=연합뉴스) 이상원 이대희 기자 = 20일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한국 경제에 '불확실성 주사위'는 던져진다.
트럼프는 공화당 출신으로 그의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민주당)와는 다른 정책 기조를 갖고 있다. 기행과 막말을 주저하지 않는 개인적 특징까지 가졌다.
미국 집권당 교체와 트럼프의 개인적 특징까지 겹치면서 미국의 대내외 경제 정책에 대한 합리적 예상이 쉽지 않게 됐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다.
실제 트럼프는 선거 기간에 보호무역주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대북 강경노선 등 전임자와는 다른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한국 경제가 대통령 탄핵 등 내부는 물론 외부의 불확실성까지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 보호무역주의 희생양 되나…한미 FTA도 걱정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다.
트럼프는 선거 운동 기간에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지적하며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했다.
거대 시장인 미국이 보호무역을 강화하면 중국 등 신흥국 경기가 냉각된다. 신흥국 경기 냉각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는 치명적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 비중은 84.8%(2015년)다. 중국(41.2%), 일본(36.8%)보다 훨씬 높다.
특히 미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을 벼르고 있다. 한국은행은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줄면 한국의 수출은 0.36% 감소한다고 밝혔다.
한국 수출은 지난해까지 2년 연속 감소했으며, 올해 증가세 반전을 노리고 있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트럼프의 (보호무역) 목표는 중국으로 보이지만 실제 희생양은 한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트럼프가 "미국 일자리를 좀 먹는다"고 비난한 한미 FTA도 걱정이다.
한미 FTA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폐기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이 먼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 무시 못 해"
미국이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도 있다.
트럼프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며 한국이 아닌 중국을 조준했다. 하지만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는 과정에서 관찰대상국인 한국이 유탄을 맞을 수 있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관세, 수입물량 제한 등 미국의 보복을 받을 수 있다.
정영식 KIEP 국제금융팀장은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기 위해 기존 지정 요건을 완화하거나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 경우 한국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환율조작국 지정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의 환율 싸움이 발생할 수 있고 이런 국지전이 글로벌 환율전쟁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점도 걱정된다.
◇ 미국 금리 인상 가속되면 1천300조 넘은 가계부채 불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가속될 우려도 있다.
트럼프는 재정 확대, 감세, 규제 완화로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하겠다고 제시했다.
이런 정책으로 미국의 경기가 좋아져 물가가 올라가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가속할 수 있다.
연준은 올해 세 차례 정도 금리를 올리겠다고 시사했다. 이런 속도는 시장의 예측보다 빠르고 트럼프의 정책으로 더 가속될 수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는 낮은 금리를 선호하지만 그의 부양책 부담에 연준이 금리를 꾸준히 올리겠다는 스탠스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빠른 기준금리 인상은 신흥국에서 자본유출 등 세계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할 수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신흥국 자본유출이 지속되면 세계 금융시장은 다시 위기를 맞을 수 있으며, 경제 기초 체력이 튼튼한 편인 한국도 안심할 수 없다.
특히 미국의 금리인상이 지속되면 시장금리도 상승해 1천300조원을 넘은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를 위협하게 된다.
◇ 북한 리스크 재부각
북한 리스크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는 차기 미국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겠지만, 북미 간 대화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양측이 대화를 통해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면 다행이지만 북한이 계속 핵·미사일시험으로 도발하면 한반도 정세는 예측할 수 없게 된다.
북한 리스크까지 불거진다면 '불확실성 터널'은 더 길어진다.
이근태 연구위원은 북미 관계에 대해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다"면서 "안갯속이고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 정부 "환율정책, 미국에 상세히 설명"
정부는 미국 신정부가 출범하면 고위급과 민간 채널을 활용해 신정부 및 의회와 전방위 공식접촉에 나서 불확실성 해소에 나서기로 했다.
민관 합동 수입규제 대응협의회와 현지대응반을 가동하고 정부 간 협의 채널을 강화해 무역장벽을 허문다는 방침이다.
한미 FTA 등 양국 통상현안에 대해서는 한미 FTA 공동위 등 양자채널과 주요 20개국(G20),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자채널을 통해 대응하기로 했다.
환율에 대해서는 한국의 외환정책 방향과 여건 등을 미국 측에 상세히 설명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미-중 간 통상마찰에 따른 피해 예방을 위해 양국과의 소통·경제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교역 다변화를 통해 파급효과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당장은 한국 경제에 부정적이겠지만 미국 경기가 활성화되면 소비재, 자동차, 가전 등의 시장이 확대돼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lees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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