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이재용 부회장, 결국 법원 판단에 달렸다

입력 2017-01-16 18:05  

[연합시론] 이재용 부회장, 결국 법원 판단에 달렸다

(서울=연합뉴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적용 혐의는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국회 증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세 가지다. 역대 삼성그룹 총수 가운데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처음이다. 정권의 강요·공갈 피해자라고 주장해온 삼성 측은 큰 충격에 빠졌다. 특검이 삼성의 재단 출연금까지 뇌물로 판단하자 비슷한 처지의 SK, 롯데, CJ 등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검 대변인 역할을 해온 이규철 특검보는 16일 영장 청구와 관련, "국가 경제에 미치는 상황도 중요하지만 정의를 세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사실 관계 파악과 법리 적용에는 이견이 없었고, 다만 신병처리 여부에 대해 고민해 지연된 느낌은 있다"면서 "영장 청구가 늦어졌다고 하는데 정상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누차 밝힌 대로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했음을 강조한 것 같다. 하지만 특검이 고민을 하지 않았다면 그것도 자연스러운 일은 아닐 듯하다. 특검이 이 부회장에 대한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예고한 시점은 원래 14일 또는 15일이었다. 이 특검보가 '신병처리 여부'라고 표현했지만 신병처리 수위, 즉 불구속기소 여부도 검토하지 않았을까 싶다.



특검이라고 해서 말처럼 '법과 원칙'만 생각하기는 어렵다. 삼성전자의 최지성·장충기·박상진 등 수뇌부 임원 3명을 불구속 수사하기로 한 것을 봐도 그렇다. 삼성 측이 제기해온 '경영 공백' 우려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특검이 이들 임원 3명을 불구속한다고 해서 '경영 공백'이 완화될 것 같지는 않다. 법원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다면 특검의 '불구속 수사'는 성의 표시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삼성 같은 대기업집단에서 총수의 부재는 그 자체로 모든 중요 의사결정의 중단을 의미한다. 특검도 그런 사실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제공한 뇌물액을, 주기로 약속한 것까지 포함해 총 430억 원으로 봤다. 받은 사람을 기준으로 보면 단순 뇌물과 제3자 뇌물이 모두 공소사실에 반영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특검은 또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 사이의 '이익공유 관계'가 상당 부분 입증됐고, 두 사람의 공모 관계에 대한 객관적 물증도 충분히 확보했다고 밝혔다. 뇌물죄는 공무원의 금품수수에 적용하는 것이다. 이 부회장의 공소사실에 적시되지는 않았지만 결국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를 겨냥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특검은 430억 원 중 어느 정도가 단순 뇌물에 해당하는지, 또 특경가법상 횡렴죄로 의율할 수 있는 금액이 얼마인지 등을 밝히지 않았다. 뇌물을 받은 사람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사실관계와 적용 혐의가 아직 확실히 정리되지 않은 것 같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하여튼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18일 오전으로 잡힌 영장실질심사에서 전담 판사는 삼성이 최 씨에게 준 돈의 성격을 먼저 들여다볼 것 같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꼭 필요했는지, 또 삼성이 합병 성사를 목적으로 박 대통령에게 청탁하기 위해 최 씨에게 금품을 제공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만약 최 씨가 대통령을 통해 삼성으로부터 돈을 뜯어냈다고 인정되면 삼성이 '강요.공갈'의 피해자로 귀결될 여지도 있다. 특검에 앞서 검찰은 최 씨 등을 구속기소하면서 기업들의 재단 출연금을 '강제모금'으로 봤다. 당연히 삼성전자 등 돈을 낸 대기업들은 공소장에 '피해자'로 명시됐다. 이를 의식한 특검은 이 부회장의 혐의 사실에 재단 출연금 이외의 금품 지원 부분을 추가했다. 하여튼 법원이 검찰의 혐의사실 소명을 어느 정도 충실한 것으로 보는지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 법원이 어느 쪽으로 결정을 내리든 그 파장은 엄청날 것이 분명하다. 검찰보다 재량의 범위가 넓은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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