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빗자루를 붓 삼아…팔순 화가 윤명로의 '그때와 지금'

입력 2017-01-16 18:03  

이번엔 빗자루를 붓 삼아…팔순 화가 윤명로의 '그때와 지금'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가장 큰 변화는 제가 나이를 먹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지금도 캔버스 앞에 서면 여전히 막막합니다."

한국 추상회화 원로 윤명로(81) 화백의 60년 화업을 돌아보는 회고전 '윤명로, 그때와 지금'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18일 개막한다.

1960년 정부 주도의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 항의하는 뜻에서 덕수궁 담벼락에서 국전 반대 전시를 열었던 '그때'부터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에서 작업에만 몰두 중인 '지금'까지 작품 60여 점이 전시장에 내걸린다.

4년 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회고전 '정신의 흔적' 때와 비슷한 규모다.

다양한 독자적인 실험을 통해 자연이라는 화두를 고민한 작품 중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것은 1층에 전시된 최근작들이다.




수년 전 눈 쌓인 자택 마당을 빗질하던 작가는 빗자루가 쓸고 간 흔적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겼다. 철물점에서 산 2천 원짜리 싸리 빗자루를 붓 삼아 그린 것들이 '바람 부는 날'과 '고원에서' 연작들이다.

"아무리 맑은 물도 오래 두면 썩어요. 저도 끊임없이 옷을 갈아입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새로운 돌파구로 찾은 것이 빗자룹니다. 사실 동양화에서는 머리카락에 먹을 묻혀 그림을 그리기도 했잖습니까."

윤 화백은 16일 전시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빗자루로 그리고 보니 도저히 붓으로는 표현이 안 되는 감정과 감성이 들어가 있더라"고 전했다.

그는 근작들의 작명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잖아요.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시각화하는 것이 추상이라는 생각에 '바람 부는 날'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고원에서'의 경우는 고원이란 게 지구에 몇 곳 없잖아요. 작가는 그렇게 가보지 못한 곳, 미답의 세계를 찾아가는 사람들이죠."




일찌감치 추상에 투신했던 윤 화백 작품 중 유일하게 인물이 등장하는 '무제'(1956)도 이번 전시에 모습을 드러낸다. 국립현대미술관 회고전에도 나오지 않았던 귀한 작품이다.

"평생에 사람을 그려본 것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어요. 정말 어려웠던 시절이라 청계천에서 텐트를 사다가 그 위에 그렸어요. 나무 틀도 다 직접 짰고요. '나한테 저런 광기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에서 판화를 공부하고 돌아온 뒤 독자적인 추상회화 세계를 처음 구축한 1970년대 '균열'부터 1980년대 연(鳶) 날리기 도구인 얼레의 움직임을 형상화한 '얼레짓', 1990년대 자연의 에너지를 거대한 화목에 펼쳐낸 '익명의 땅' 등 주요 연작도 자리한다.

진경산수를 그린 겸재 정선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2000년대 '겸재 예찬' 연작도 만날 수 있다.

윤 화백은 최근 단색화 열풍에 대해서 "예술이 돈과 같이하는 시대가 된 것 같은데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림들이 점점 획일화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한때 '집단 개성'이라고 비평한 적이 있는데 어떤 집단에 의해 (그림의 흐름이) 형성되는 건 얼마 못 간다고 생각합니다."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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