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고별 강연 끝으로 정년 퇴임…멸종된 황새 160여마리로 늘려
(청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국내에서 멸종됐던 황새(천연기념물) 복원에 성공, 황새 연구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박시룡 한국교원대 생물교육과 교수가 오는 18일 마지막 강연을 끝으로 정들었던 교단을 떠난다.
이 대학 황새 생태연구원장이기도 한 박 교수는 18일 오후 2시께 이 대학 교육박물관 1층 강당에서 '황새를 부탁해'라는 주제로 고별 강연에 나선다.
그가 '현직 교수'로서 마지막 교단에 오르는 강연 주제는 '충북권(제2권역) 황새 야생 복귀의 실현'이다.
박 교수는 미호천에서 사라졌던 황새를 복귀시키기 위해선 농약에서 자유로운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이 선결돼야 한다는 점을 역설할 예정이다.
황새 복원을 시작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정성스럽게 자신이 그려온 수채화 100점을 타임캡슐 형식으로 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에 묻는다.
박 교수는 "그림을 전문적으로 배우지는 못했지만, 멸종됐던 황새가 한반도에서 완벽하게 복원되는 날을 기원하며 정성스럽게 그려온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황새 아빠'라고 불릴 정도로 황새 연구에 모든 것을 바쳤다.
1987년 교원대에 부임한 그가 황새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동료이자 희귀조류 연구의 권위자였던 故 김수일 교수의 제안을 받고서다. 김 교수와 의기투합한 박 교수는 1995년 본격적으로 황새 복원에 관심을 두게 된다.
과거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있던 텃새였던 황새는 당시 한반도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환경 파괴로 인해 서식지가 줄면서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황새는 야생으로는 마지막으로 1971년 충북 음성군 생극면에서 발견됐다.
한 쌍의 황새 가운데 수컷이 그해 4월 사냥꾼의 총에 맞아 죽었다. 1994년 9월 서울대에 남아있던 암컷마저 죽으면서 황새는 국내서 멸종했다.
박 교수는 "조류 연구를 하던 차에 김 교수가 국내에서 사라진 황새를 복원시켜보자고 제안했다"며 "먹이 피라미드의 최고 포식자인 황새가 사라지면 결국 자연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에 복원 작업에 나서기로 결심했다"고 회고했다.
박 교수는 교원대를 설득해 이듬해인 1996년 황새생태연구원의 전신인 황새복원센터를 교내에 설립했다.
본격적으로 복원 작업에 매달린 박 교수는 그해 7월 러시아 아무르강 유역에 서식하던 새끼 황새 암수 한 쌍을 들여왔고, 나흘 뒤 독일에서는 어미 황새 두 마리를 추가로 반입해왔다. 한반도에서 사라진 황새의 인공 번식을 위한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문화재청 지원을 받아 황새 인공 번식에 몰두한 박 교수는 1999년 4월 국내서 처음으로 일본에서 기증받은 황새 알을 부화해 2마리의 건강한 새끼를 얻었다.
2002년 4월에는 중국, 독일, 일본에 이어 세계 4번째로 인공 번식에도 성공했다.
이후 인공 부화를 통한 황새의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 모두 140여 마리가 부화했다. 외국에서 복원을 위해 들여온 황새까지 포함하면 국내 황새는 무려 160여마리에 달한다.
황새 개체수가 안정적인 수준으로 불어나자 그는 황새 야생화에 나섰다.
우여곡절 끝에 2015년 6월 충남 예산군 광시면 대리 인근 13만5천669㎡ 터에 사육관리동과 사육시설, 문화관, 습지구역 등을 갖춘 황새 공원이 조성됐다.
지난해 5월에는 멸종됐던 황새의 자연 번식을 45년만에 이뤄내며 국내 황새 복원사의 획을 다시 그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교수는 "20년을 황새에 매달려 왔지만, 아직 복원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다"며 "지금이야말로 황새가 다시는 멸종에 길로 들어서지 않도록 많은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학을 떠나더라도 황새 관련 시민사회단체를 구성하는 등 황새가 국내에서 온전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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