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벗은 '평창농단'] 조양호 조직위원장 '돌연 사퇴' 전말은

입력 2017-01-17 05:00   수정 2017-01-17 10:38

[베일벗은 '평창농단'] 조양호 조직위원장 '돌연 사퇴' 전말은

최순실 손잡은 누슬리 참여 반대가 영향 준 듯…朴대통령 지시 정황도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2018 평창 동계올핌픽 및 장애인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장으로 있던 조양호(68) 한진그룹 회장은 작년 5월 3일 위원장직을 전격 사퇴했다.

조직위는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조양호 위원장이 한진그룹의 긴급한 현안 수습을 위해 그룹 경영에 복귀하려고 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했다"고 발표했다. 2014년 7월 조직위 수장에 오른 지 1년 10개월 만이었다.

업계에선 한진해운의 채권단 자율협약 신청 등 경영 악화 등이 이유로 거론될 뿐 정확한 사퇴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다.

전말은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과정에서 일부 드러났다.

사퇴 이면에는 현 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측과 개폐회식장 시공업체 선정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을 물러나게 한 '윗선'이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정황도 확인됐다.

17일 법조계와 체육계 등에 따르면 조 회장은 2015년 6월께 올림픽 준비 경과보고차 김종덕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찾았을 때 "C 건축가와 개폐회장식 시설과 관련해 같이 일을 하라"는 말을 들었다.

당시 C씨의 파트너는 스위스의 스포츠시설 건설업체 누슬리로 알려졌다. 누슬리는 최씨가 국내에 세운 더블루K와 사업상 유착 관계라는 의혹이 제기된 곳이다.

하지만 조 회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같은 해 7월 경기장 건립 경험이 많은 대림산업에 일을 맡겼다. 토목공사부터 건축까지 한꺼번에 맡는 '턴키' 방식이었다.

누슬리는 그해 12월 공식적으로 입찰 기회를 얻었지만 탈락했다. 공기에 설계·인허가 부분을 포함하지 않는 등 공기 산정에 문제가 있고 금액도 싸지 않다는 게 조직위 판단이었다.

이미 경기장 설계가 오각형으로 확정된 상황에서 원형 설계안을 들고나온 것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후 대림산업이 공사를 계속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누슬리가 배제되자 청와대가 발칵 뒤집혔다. 이듬해 3월 박 대통령은 이 문제로 김상률(57) 당시 교육문화수석과 안종범(58·구속기소) 경제수석을 심하게 질책했다.

여형구(58) 조직위 사무총장은 누슬리가 배제된 이유와 경위에 대한 보고서를 써서 청와대까지 찾아갔다고 한다. 이어 같은 달 조직위에 대한 감사원 특별감사가 시작됐다. 당시 감사위원들은 조직위원들에게 누슬리가 입찰에서 떨어진 소명서를 집요하게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도 이즈음 조직위원장 교체로 결심이 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수석의 3월 28일자 업무 수첩에는 "평창위원장, 조양호→기재부 전관"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박 대통령이 직접 조직위원장 인사에 개입한 정황이다.

악역은 김종덕 전 장관이 맡았다. 김 전 장관은 그해 5월 2일 광화문 한 호텔에서 조양호 위원장을 만나 "그만두셔야겠다"며 해임을 통보했다.

조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너무 황당하고 화가 나서 음식도 먹지 않고 바로 나왔다"고 진술한 것으로알려졌다. 청와대 비서실장이 세 번이나 부탁해서 맡았던 것인데 장관이 나서서 하루아침에 그만두라고 해 화가 났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조 회장은 다음 날 사의를 밝히고 조직위를 떠났다.

특검은 최씨가 박 대통령에게 요청해 조 회장을 사퇴시킨 게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박 대통령과 최씨가 공모해 부당하게 물러나게 한 사실이 확인되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법리 검토도 병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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