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0억 투자하는 병원에 동남권 원자력의학원 운영권 부여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한국원자력의학원이 사업비 750억원을 마련하지 못해 장기간 표류해온 부산의 의료용 중입자가속기 구축 사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의학원이 사업비를 내는 대형병원에 중입자치료센터는 물론 동남권 원자력의학원의 운영권까지 주기로 하고 투자자 모집에 나섰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이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옛 서울시립의료원)을 위탁 운영하는 모델을 벤치마킹해 중입자가속기 투자자에게 동남권 원자력의학원의 운영권을 넘기기로 한 것이다.
원자력의학원은 올해부터 2020년까지 의료용 중입자가속기 구축 사업에 600억∼750억원을 투자할 병원을 모집한다고 지난 13일 공고했고, 오는 18일 공항철도 서울역 지하 1층에서 사업 설명회를 열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사업에 참여하는 병원은 중입자 치료실 2개를 구축하는 조건으로 600억원을 투자하거나 치료실 3개를 구축하면서 750억원을 투자하는 것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투자 대가로 중입자 치료센터와 동남권 원자력의학원(연구센터와 방사선비상진료센터 제외)의 운영권을 모두 갖게 되고, 병원 운영비 일부를 지원받게 된다.
원자력의학원은 오는 2월 23일까지 사업 참여 의향서를 받아 같은 달 28일 협상 대상자를 선정하고 3월 안에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이 같은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원자력의학원은 국제경쟁입찰로 가속기 제작과 치료시스템을 도입, 2021년부터 환자를 치료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등이 상당한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탄소 입자를 빛의 속도로 올려 암세포만 파괴하고 정상세포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리는 의료용 중입자가속기 구축 사업은 2010년 시작됐다.
전체 사업비 1천950억원(국비 700억원, 부산시·기장군 예산 500억원, 원자력의학원 750억원)을 들여 부산 기장군 동남권 원자력의학원 근처에 시설을 구축하고 2016년 임상시험을 거쳐 2017년 환자 치료를 시작한다는 게 애초 계획이었다.
그러나 원자력의학원이 분담금을 마련하지 못해 사업이 표류했다.
현재는 지하 2층, 지상 2층, 전체 면적 1만2천879㎡ 규모의 건물만 세웠고, 핵심시설인 중입자가속기는 발주도 못 한 상태다.
이에 따라 원자력의학원은 지난해 말 중입자치료센터 공동 운영을 조건으로 투자할 병원을 모집했지만,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아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youngky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