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獨 언론 인터뷰 계기로 '진의 뭔가' 촉각
反난민·親러·나토 무용론·EU 회의론 쏟아내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독일을 위시한 유럽 주요 국가들은 16일(현지시간) 공개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영국, 독일 언론 인터뷰 발언에 약간의 놀라움을 표하면서도 당장 미국 신(新)정부의 정책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며 차분하게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는 태도를 보였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교부 장관은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바라보는 트럼프 당선인의 시각과 나토 회원국들이 집단안보체제 유지 비용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는다고 보는 그의 관점이 회원국들 사이에 놀라움과 우려를 유발한다고 촌평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더타임스, 빌트와 한 인터뷰에서 나토는 더는 쓸모가 없는 기구라며 안 그래도 평소 비판적으로 평가하던 나토에 대해 보다 직접적인 무용론을 언급하고 나섰다.
슈타인마이어 장관은 미국 국방부 장관에 지명된 제임스 매티스가 지난주 의회 청문회에서 기존 우호협력 관계를 지지한다고 밝힌 것과, 트럼프 당선인이 이번 인터뷰에서 한 발언은 모순된다고도 지적했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트럼프 당선인에게서 자신의 개방적 난민정책이 최악의 재앙적 실수라고 공격받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인터뷰를 관심 있게 읽었다고 전하면서 "독일은 내내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원한다"라는 '원론'을 강조했다.
자이베르트 대변인은 트럼프 당선인의 입장이 많은 부분 명료하게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특별히 논평할 것이 없다고 전제하고는 "'대통령 트럼프'의 취임연설을 기다리며 미국의 신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만 밝혔다.
마르틴 셰퍼 독일 외교부 대변인도 인터뷰와 트위터를 통해 드러나는 트럼프 당선인의 언급들 간 모순 때문에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을 명료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역시나 취임연설을 지켜보고 나서 정책 방향을 가늠해 보겠다고 했다.
또한, 독일의 대(對)미국 관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나토에서 미국이 발을 빼는 것을 미국 의회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아울러 나토는 트럼프 당선인 및 당선인의 안보팀과 협력을 지속하기를 희망할 뿐 아니라 미국이 앞으로도 나토에 남아 계속해서 역할해 나갈 것을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장마르크 에로 프랑스 외교부 장관은 "그런 식의 인터뷰에 대한 최선의 대응은 간명한 것"이라면서 "유럽인들의 결속"이라고 반응했다.
에로 장관은 "유럽을 방어하는 최선의 방안은 트럼프를 초청해 (나토처럼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하나의 블록으로 더불어 단결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라고도 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우는 트럼프 당선인이 독일의 BMW가 멕시코에 공장을 세우고서 생산단가를 낮춰 미국으로 차를 수출한다면 35% 세금을 물리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은 "그 경우 미국 차 산업은 더 나빠지고, 더 약해지고, 더 비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브리엘 부총리는 나아가 "우리(독일 차 산업)는 약하지도 열등하지도 않다"면서 "미국은 더 좋은 차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까지 충고했다.
이에 비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에 대해 "현명한 결정"이라고 논평하며 영국과 새로운 자유무역 양자관계를 맺어나가겠다고 트럼프 당선인이 밝힌 것에 대해 보리스 존슨 영국 외교부 장관은 "아주 좋은 소식"이라고 환대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인터뷰에서 영국 외에도 EU를 떠나는 국가가 또 생겨날 것이라며 EU 통합 질서의 점진적 약화를 예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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