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트럼프 색깔' 빠진 CEO 내각 출범

입력 2017-01-18 12:01   수정 2017-01-18 16:08

[트럼프 시대] '트럼프 색깔' 빠진 CEO 내각 출범

틸러슨·세션스, 트럼프 공약에 반기…'아바타 내각' 우려 깨나

월가·억만장자 출신 경제라인, 친시장·친기업 '트럼프노믹스' 선봉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오는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제45대 미국 대통령 취임과 함께 트럼프호(號) 초대 내각이 닻을 들어 올린다.

의회 인준 절차가 남아 있지만, 미 상원이 통상 신 행정부의 초대 내각에 대해 신속히 인준해 왔다는 점에서 트럼프 내각 출범에 큰 차질은 없어 보인다.

'낙마의 표적'이었던 렉스 틸러슨(국무)과 제프 세션스(법무) 후보는 청문회를 통해 업무능력과 자질 시비를 상당히 누그러뜨렸다.

게다가 상원(공화 52석, 민주 48석)을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어, 트럼프 내각 출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1기 때와 달리 비교적 순탄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인준 과정의 잇따른 낙마 사태로 취임 90일 만에 첫 각료회의를 열었다.

트럼프 내각은 억만장자 백인에, 워싱턴 정가 외부에서 수혈된 인사가 많아 '트럼프의 아바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주요 각료 후보가 지금까지는 트럼프 당선인과는 결이 다른 '소신 발언'을 쏟아내면서 트럼프호의 기수가 과연 어디로 향할지 궁금증을 낳고 있다.


◇'초강경' 외교·안보라인 "러시아도 적국"

'연러타중'(連露打中). 트럼프 당선인의 외교 구상은 '러시아를 끌어들여 중국을 때린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내각의 외교·안보 사령탑은 러시아는 엄연한 적국이라고 입을 모은다.

석유회사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는 손꼽히는 친(親)러시아 인사다. 비즈니스맨 출신에 러시아에 우호적인 트럼프 당선인과는 닮은꼴이다. 블라디미르 푸틴과 17년 지기로, 러시아 정부의 훈장도 받았다.

그러나 틸러슨 내정자는 청문회에서 "러시아는 영원한 비우호적인 적국"이라고 선을 그었다.

핵무기 감축 정책,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오바마 레거시'도 이어가거나,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미 해병대에서 44년간 복역한 4성 장군 출신으로 '매드 독'(미친개)이라는 별명을 지닌 강경파다.

그 역시 청문회에서 러시아를 "미국의 주요 위협(국가)"로 규정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시대에 뒤떨어졌다"며 악평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대해서도 "현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군사 동맹"이라고 다른 목소리를 냈다.

다만 두 사람은 '힘에 바탕한 외교·안보'를 추구하는 것은 물론, 북한과 중국을 향한 경고음 또한 트럼프 당선인 못지않게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적이며, 중대 위협이라는 인식하에 역내 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반드시 책임을 물리겠다는 게 이들 후보의 입장이다.

중국의 경우, 북한 문제 해결에 필요한 존재지만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선택하면 분명히 맞서겠다"는 게 트럼프 외교·안보 진용의 공통된 인식이다.

중국이 고수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도 "협상 대상"일 뿐이라고 간주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생각과 맞닿아 있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 압박의 수단으로서 러시아와 협력을 염두에 두고 있어, 두 사람의 대러 태도는 바뀔 공산이 크다.


◇멕시코 장벽·무슬림 입국금지 '톤 다운'할까

사법 당국을 책임질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내정자는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이자 강경보수파로 꼽힌다.

앨라배마 주 법무장관을 거쳐 상원의원이 된 그는 17년간 군사위에서 활동했다.

특히 초강경 이민정책을 고수하고 있으며, '인종차별주의자'라는 꼬리표가 붙은 탓에 인준 반대 여론이 커, 민주당에 의해 '낙마 1순위'로 꼽혔다.

그러나 그는 청문회에서 "대통령의 생각이라면 살피지도 않고 인가하는 '고무도장'이 되지 않겠다", "대통령이 도를 넘으면 과감히 '노'라고 말하겠다"고 하는 등 잔뜩 몸을 낮췄다.

트럼프 당선인이 부활하려는 물고문의 일종인 '워터보딩'도 반대했고, '무슬림 입국금지' 공약도 특정 종교가 아닌 개인의 테러 가능성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식으로 우려를 표시했다.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무슬림 입국금지' 등 대선 기간 논란이 된 주요공약을 집행하게 될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 내정자도 마찬가지다.

그는 멕시코 장벽 설치에 "물리적인 장벽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반기'를 들었고, 무슬림 이민 심사 강화 방안도 "종교와 같은 요소를 유일한 기준으로 삼고 이에 집중하는 것은 전혀 적절하지 않다"고 반대 견해를 밝혔다.


◇월가·초갑부 경제라인, 트럼프노믹스 이끈다

트럼프 정부의 경제라인에 대한 인준청문회는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어, 경제부처 장관 후보들도 트럼프 당선인과 다른 소신을 드러낼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친기업·친시장 중심인 트럼프노믹스를 충실히 밀고나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월스트리트 출신 금융인과 기업가, 억만장자로 꾸려진 경제 라인업에 근거해서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내정자는 18년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했다. 트럼프 정부의 '경제사령탑'인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 임명된 게리 콘 골드만삭스 최고운영자(COO)와는 12년 동안 한솥밥을 먹었다.

므누신 내정자는 2002년 퇴사 후 헤지펀드 '듄 캐피털 매니지먼트'를 창립했고, 대출회사인 '원웨스트'의 회장을 맡았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 내정자도 금융권 출신이다. 1970년대 후반 글로벌 투자은행 로스차일드에 들어간 뒤 24년간 재직했다. 파산 및 구조조정 업무를 이끌었고 회장까지 올랐으나, 이후 사모펀드를 운영하며 '기업 사냥꾼', '파산의 왕' 등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었다.

로스 내정자는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있다. 1997년 외환위기에 빠졌을 때 그는 국제 채권단과의 협상 중재역을 맡아, 한라그룹 등 주요 기업 구조조정 작업에도 관여했다.

노동, 중소기업 정책을 지휘할 앤드루 퍼즈더 노동장관, 린다 맥마흔 중소기업청장의 행보에도 벌써 관심이 쏠린다.

퍼즈더 내정자는 '하디스' 등 패스트푸드 브랜드를 운영하는 'CKE 레스토랑'의 최고경영자 출신이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과 초과근무수당 적용 대상 확대에 반대하는 '반(反)노동자' 사고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CNN방송은 그를 "최저임금 인상의 적"이라고 규정했다.

맥마흔 중기청장 내정자는 부부 합산 재산이 3억 달러에 이르는 억만장자여서, 영세한 소상공인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k02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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