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말레이시아의 대형 인프라 건설사업에 대한 중국 자본의 진출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주권침해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17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총리는 말레이시아 조호르 주(州)와 중국 기업이 추진 중인 '포레스트 시티' 인공섬 건설사업이 "국토 일부를 중국에 넘기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가장 가치있는 땅 중 상당 부분을 외국인이 차지하고 소유하게 됐다"면서 "실질적으로 이 땅들은 외국 영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레스트 시티는 1천700억 링깃(45조 원)의 사업비를 들여 해상수송 요충지인 믈라카 해협에 14㎢ 규모의 인공섬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이밖에도 중국은 125억 링깃 규모(3조3천억 원)의 쿠알라 링기 국제항 건설과 63억 링깃(1조7천억 원) 규모의 페낭항 확장 공사 등 믈라카 해협 일대의 여러 대형 인프라 건설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마하티르 전 총리의 주장은 대중 무역수지 적자폭 확대와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일반 시민을 중심으로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정부는 그의 발언에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고 반박했다.
작년 11월 방중을 계기로 미·중 균형외교에서 중국 중시로 외교정책 기조를 전환하고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에 대한 정치공세라는 것이다.
주말레이시아 중국대사관도 성명을 내 "현직일 때는 중국계와 말레이계의 협력에 갈채를 보냈던 이가 이제는 반중(反中) 정서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마하티르 전 총리를 비난했다.
중국은 나집 총리가 연루된 대규모 비리 스캔들로 부실화한 말레이시아 국영투자기업 1MDB에 대규모 자금을 수혈하는 등 말레이시아 정치권에 대한 영향력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중국은 '차이나머니'를 앞세워 세계 각국의 주요 기간산업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영국과 호주 등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지난해 중국 국영기업의 자국 전력망 사업과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 진출에 잇따라 제동을 걸었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