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외교관 신분 아닌 무역일꾼 등 10여 명 입국"
(서울=연합뉴스) 문관현 곽명일 기자 = 태영호 전 주(駐) 영국 북한공사가 17일 바른정당 초청 간담회에서 "최근 (한국에 온) 북한 외교관이 상당히 많다"고 발언해 그 배경과 실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7월 런던에서 서울행을 선택한 태영호 전 공사는 1997년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이후 20여 년 만에 한국 언론에 공개된 북한 고위급 망명객 중 하나로 꼽히며, 최근 각종 언론 인터뷰와 특별강연을 통해 북한의 실상을 고발해왔다.
특히 태 전 공사는 "북한 고위 탈북자 중 저만 언론에 공개됐고, 저 말고는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면서 "지금 유럽에서 한국행을 기다리는 분들이 많다. 유럽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기다리는 것이 맞다"고 발언한 대목은 북한 고위급의 대량 탈북이 현재 진행형임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내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태 전 공사의 발언 취지에 긍정하면서도 탈북했다는 인사들의 규모와 외교관 신분 여부 등에는 의문을 표시했다.
동남아 주재 북한 대사관 출신 A 씨는 "북한의 해외공관 근무자 가운데 외무성에서 보낸 정통 외교관뿐만 아니라 무역성과 체육성, 통일전선부, 국무위원회 등 각종 기관에서 나올 경우에도 외교관 신분을 둘러댄다"면서 "최근 무역일꾼 등 10여 명이 남한에 입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5년 1월 입국한 A씨는 "제가 들어온 이후 태영호 전 공사 말고 현재까지 입국한 정통 외교관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 전 공사가 발언한 '북한 외교관'은 외무성 출신 외교관이 아니라 외교관 비자를 소지하고 해외공관에 근무했던 무역일꾼 등을 의미할 가능성이 크다고 그는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북한 무역대표부에서 근무 중 탈출한 김철성 3등 서기관과 프랑스에서 근무하다 동남아 지역으로 발령받아 가족과 함께 남한행을 선택한 B씨 등은 모두 무역일꾼들로 확인됐다.
A씨는 "외교관들은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이 처벌을 받기 때문에 한국보다 제3국을 선호한다"면서 "최근 제3국으로 넘어간 외교관은 상당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탈북자 출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최근 외화벌이에 종사하던 무역일꾼들이 강력한 대북제재 여파로 비자금 상납에 대한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 탈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앞으로 외교관보다 납부 실적에 시달리는 무역일꾼들의 탈출 행렬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khmo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