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캐나다 연구진 확인…수컷들 '취향' 비슷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직장인 A(33·남) 씨는 최근 소개팅에서 만난 여자와 이른바 '썸'을 타며 기회를 엿보는 중이다. 슬슬 사랑 고백을 할 때가 됐지만, 이 여자에 관심을 보이는 남자가 주위에 많다는 게 문제다. 객관적으로 봐도 괜찮은 여자이긴 하다. 도대체 남자들이란…. 여자 보는 눈이 다 똑같은 걸까?
이처럼 남자들의 마음을 끄는 '인기녀'는 분명히 있다. 그런데 작은 곤충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8일 미국 워싱턴대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등 국제공동연구진의 발표에 따르면 초파리 수컷도 엄연히 '취향'이 있으며, 이를 반영해 짝을 고른다.
연구진은 유리관에 수컷 초파리 한 마리와 암컷 두 마리를 넣고, 수컷이 둘 중 어떤 암컷과 짝짓기를 하는지 체크했다. 상대 암컷을 바꿔주며 여러 차례 실험을 반복한 결과 암컷 10마리에 대한 이 수컷 초파리의 선호도를 일렬로 '줄세우기'할 수 있었다.
다른 수컷 초파리로 같은 실험을 한 결과 이 수컷 역시 10마리 암컷을 선호하는 순서가 분명히 존재했다.
게다가 두 수컷이 선호하는 암컷의 순서도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초파리 세계에서는 '제 눈에 안경'이 아니라 엄연히 '인기 암컷'과 '비인기 암컷'이 있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수컷 초파리가 어떤 암컷을 좋아하는지 순위를 정했고, 이 순위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을 실험으로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흔히 고전적인 이론에서는 암컷이 까다롭게 짝을 선택하고 수컷은 암컷 선택에 까다롭지 않다고 설명하는데, 우리는 수컷도 분명히 '선택'을 한다는 것을 보이고 싶었다"고 연구의 계기를 밝혔다.
한편 연구진은 초파리 수컷에게 유독 인기가 없는 암컷이 다른 암컷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확인했다. 초파리는 상대의 페로몬을 통해 짝짓기에 관한 정보를 얻는다. 연구진이 이 페로몬을 분석한 결과 인기가 없는 암컷은 특정 물질을 유독 많이 분비하며, 이 분비물이 수컷을 쫓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연구 결과는 과학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최신호(17일 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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