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국가민주당' 해산 불가…헌재, 3년 만에 역사적 판단(종합)

입력 2017-01-17 19:27  

독일 '국가민주당' 해산 불가…헌재, 3년 만에 역사적 판단(종합)

주류정치권 2차례 해산시도 무위…"실질 위협 여부" 주요 판단 근거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17일(현지시간) 연방상원이 청구한 극우 국가민주당(Nationaldemokratische Partei Deutschlands. 이하 NPD)에 대한 위헌 정당해산을 기각했다.

안드레아스 포스쿨레 헌법재판소장은 "NPD가 과거 위헌적 목표를 추구했을지라도, 지금 볼 때 그 구체적인 증거가 없고 이 정당의 활동이 그런 위헌적 목표를 성공에 이르게 하지 못한다"라는 요지의 기각 사유를 밝혔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NPD는 반(反)유대주의 등 인종주의와 옛 '독일 제국'의 영토 회복까지 내세우는 것으로 악명 높아 신(新)나치당으로도 불린다. 최근 반이슬람 강령을 채택하면서 극우로도 분류되는 반유로·반이슬람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은 NPD에 비하면 저 멀리 왼편에 위치한 정당이다.

NPD는 1964년 창당 이래 한때 구서독 11개 주의회 중 7곳에 의석을 가진 역사가 있고, 특히 1969년 연방하원 선거 땐 4.3%를 득표해 의회 입성 문턱까지 위협했다. 1952년 헌재의 해산 결정이 나온 나치 추종 사회주의제국당의 잔존 세력이 가담한 정당이라 신나치당이라는 딱지가 어색하지 않다.

이 정당은 그러나, 현재로썬 작센주(州) 등 일부 구동독 지역 중심으로 당원이 5천 여명에 불과하고, 연방의회는 물론 연방 전역의 전체 16개 주의회에도 의석이 없는 등 이미 크게 쇠락했다.

그럼에도 연방상원은 이 정당이 위헌적으로 보고 2013년 말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했고, 헌재는 지난해 3월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간 이후 이번에 기각 판단을 내놓았다.




연방상원은 스스로 내세운 목표와 추종세력의 행위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하거나 독일연방공화국을 위험에 빠트리게 하는 정당은 위헌이라고 규정하고 그 위헌 여부 판단을 헌재가 맡게끔 한 기본법(헌법 격) 21조에 근거해 NPD의 정당해산을 시도한 것이고, 헌재는 3년 여만에 이를 기각한 셈이다.

주류 정치권의 NPD 해산 시도와 불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연방 상·하원과 연방정부는 2001년 같은 심판을 청구했지만, 헌재는 2003년 해산심판의 종결을 선언했다.

당시 헌재는, 국내 정보기관인 헌법수호청이 NPD 지도부에 정보원을 침투시켜 정보를 캐는 수준을 넘어서 지도부로까지 역할 하면서 주요 의사 결정에 간여한 것이 드러나자 그렇게 해서 취득된 정보 등을 근거 삼아 판단할 수는 없다고 종결 사유를 밝혔다.

지금껏 독일에선 1952년 나치 추종 세력이던 사회주의제국당에 대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한다는 이유로 해산 결정이 내려졌고, 1956년 프롤레타리아트 독재 수립을 내세운 독일공산당에 대해 같은 판단이 나온 바 있다.

전문가들은 6.25 한국전쟁 전후 냉전이 달아오르던 시기, 서구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 부흥을 이끈 콘라트 아데나워 기독민주당(CDU) 주도의 정권이 통치하던 특수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몇 년새 두 차례나 정당해산이 발생하는 특별한 사건이 생긴 것으로 본다. 이들 두 당의 해산심판 기간은 각각 1년, 3년 정도였다.

독일 기본법 21조는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가운데 유권자의 선택으로 득세한 나치즘에 대한 반성과 경계 차원에서 민주주의를 가장하거나 앞세운 채 실제로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해하는 세력을 근절해야 한다는 철학에 근거한다.

독일은 다만, 정밀한 정당민주주의 기제와 선거 체제를 갖춰 '정당국가'로 불리는 만큼 정당해산을 청구한 원고는 무엇보다 심판 대상이 되는 정당의 이념과 목표의 위헌성뿐 아니라 그 이념과 목표를 이루려는 정당 활동이 실효적으로 자유민주 질서를 파괴할 가능성을 체계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등 정당해산 여부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un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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