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웠나…파생상품시장 '폭삭'

입력 2017-01-19 04:00   수정 2017-01-19 08:20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웠나…파생상품시장 '폭삭'

선물·옵선 거래액 5년새 70% 급감…세계1위 시장은 '옛말'

'한탕주의' 잡겠다는 규제 과잉(?)…파생시장 기둥 뽑은 격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 국내 파생상품시장이 좀처럼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불과 6년전만 해도 규모 면에서 세계 1위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금융당국이 파생상품시장에서 한탕을 노린 사건들이 잇따르자 이를 뿌리 뽑겠다고 칼을 빼 든 이후 파생상품시장은 급속도로 위축을 거듭했다.

규제의 시작은 지난 2010년 11월 발생한 '도이치 옵션 쇼크'와 그 이듬해 5월 터진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사제폭탄 사건' 등 바로 한탕을 노린 사건들로부터 비롯됐다.

이 사건들의 범인들이 바로 '풋옵션'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도이치 옵션 쇼크 당시 공모자들은 풋옵션을 이용해 450억원 가량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풋옵션을 사면 주가가 내려갈수록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특이한 사건을 일으키거나 풍문 등을 퍼트려 주가를 조정할 수 있으면 그야말로 대박을 칠 수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주가지수 선물거래 하루평균 계약금액은 17조110억원으로 최대치를 보인 2011년의 45조4천30억원보다 62.5% 줄었다.

하루평균 계약금액은 2011년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12년 32조원, 2013년 26조원, 2014년 19조9천억원, 2015년 19조8천억원으로 매년 급감했다. 지난해 17조원대까지 추락했다.

주가지수 옵션거래는 이보다 더 쪼그라들었다. 평균 거래대금이 지난해 5천121억원으로 2011년(1조7천594억원)보다 70.0%나 격감했다.

이 금액 역시 2011년 1조8천억원 수준에서 2012년 1조2천억원, 2013년 1조600억원, 2014년 7천300억원, 2015년 7천400억원에 해마다 줄었다. 지난해에는 5천억원을 겨우 넘겼다.

불과 6년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한국거래소의 파생상품 거래량은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전 세계 거래소 중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다.

파생상품은 주식과 채권 등의 전통적인 금융상품을 기초자산으로 해서 위험성을 제거하는 '헤지' 기능을 한다. 그런 만큼 금융시장의 한 축으로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도이치 옵션 쇼크와 터미널 사제폭탄 사건 등이 잇따라 터지며 '투기장'으로 변질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파생시장은 보호 육성의 대상에서 규제의 대상 일변도로 바뀌었다.

금융당국은 한탕주의를 뿌리뽑겠다고 칼을 빼들었고 파생상품시장은 그야말로 쪼그라들었다.

금융위원회는 2011년 말 옵션의 투기성 거래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거래 단위인 승수를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올렸다.

승수는 투자 단위인데 금액이 5배 높아지면서 개인 투자자의 시장 참여가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주석워런트증권(ELW) 유동성공급자(LP)의 호가 제한 조치를 두거나 선물과 옵션에 투자하기 위해 수천만원의 기본예탁금을 납입하도록 한 것 등도 개인 투자자의 진입 장벽을 높였다.

또 사전교육 30시간 수강과 모의거래 50시간 이수를 의무화한 것은 대표적인 규제 강화 조치로 꼽힌다.

당시 '개미들의 무덤'으로 통하는 외환차익거래(FX마진거래)의 차입투자 축소를 위해 증거금을 인상하는 조치도 있었다.

당시 실무를 맡아 이런 정책을 만든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이 지금의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다.

파생상품시장의 '한탕주의'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자 금융위원회는 '시장 성장'보다는 '규제 강화'에 정책의 방점을 찍었고 이는 시장에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 2013년 12월 한맥투자증권의 코스피200 옵션주문 입력 오류로 발생한 소위 '한맥 사태'도 파생상품시장에 부정적 인식을 더했다.

한 시장 관계자는 "정부로서는 한탕이니, 투기니 이런 말이 나오자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 같다"며 "그렇지만 시장이 너무 무너져 버려 다시 살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과도한 규제로 엄연히 존재해야 하는 금융시장의 한 축이 붕괴됐다는 것이다.

파생상품시장이 활력을 잃자 코스피도 수년간 박스권에서 헤어나질 못했다. 시장에 지렛대 역할을 하며 변동성을 키워온 파생상품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파생상품시장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기존 상품의 리모델링과 신상품 개발, 교육 등에 나설 계획이다.

거래소는 파생상품시장이 무너지면서 수수료 수입도 급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단기간에 시장을 살리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며 "우선 올바른 교육을 통해 파생상품시장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지금처럼 수익을 내기 어려운 시기에 최소 은행금리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건전한 시장으로 탈바꿈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kak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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