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박광선 경위 분석…女청소년-성인 남성 접촉도 우려 수준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성매매 등 각종 범죄 온상으로 지목되는 '랜덤채팅'에서 실제 음란정보가 다량 유통된다는 사실이 구체적 수치로 확인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 박광선 경위는 경찰대 학술지 '경찰학연구' 최근호에 기고한 '랜덤채팅의 음란정보 유통 실태 및 정책대안의 탐색' 논문에서 랜덤채팅의 실제 운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8일 밝혔다.
랜덤채팅은 사용자들이 접속과 동시에 이미 접속해 있는 다른 사용자와 무작위로 1대 1 대화를 연결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이다.
박 경위는 2013년 4월23일∼5월6일 한 랜덤채팅 앱으로 이용자들이 음란한 사진·영상을 주고받은 '섹스팅' 수사 과정에서 해당 앱의 운영 데이터를 확보, 이용자 성별과 사진 전송내역 등을 토대로 음란정보 유통 실태를 분석했다.
그해 5월7일 기준으로 해당 앱 이용자는 86만9천593명으로, 남성은 54만5천702명(62.8%), 여성 18만3천113명(21.1%), 성별을 알 수 없는 이용자가 14만778명(16.1%)이었다. 여기에는 10대 청소년도 10만3천110명(11.9%) 포함됐다.
5월4일 하루 이용자들이 주고받은 사진 파일 1만9천327건 중 약 10%에 해당하는 2천건을 표본으로 추출해 살펴본 결과, 전신 노출이나 성행위 장면 등 음란물로 분류되는 사진이 1천243건(62.1%)에 달했다.
특히 10대 여성과 성인 남성 간 사진전송이 이뤄지는 비율이 낮지 않아 여성 청소년이 음란행위나 성매매에 무방비 노출될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수사 대상 기간인 4월23일∼5월6일 10대 여성 청소년이 수신한 사진 파일의 43%가 20세 이상 성인 남성으로부터 전달됐고, 여성 청소년이 전송한 사진의 61.9%가 성인 남성에게 간 것으로 확인됐다.
박 경위는 "성인 남성의 아동·청소년 접근 비율이 20대 여성 대상 비율보다는 낮지만, 회원 구성에서 20대 여성이 10대 여성의 약 2배임을 고려하면 성인 남성 회원의 아동·청소년 보호 의식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 5월4일 하루 해당 앱 관련 신고 1천514건 중 10대 여성에게 조건만남 등 금전적 대가 제공을 미끼로 성적 만남을 요청한 경우가 276건(18.2%)에 달했다. 섹스팅, 폰섹스 등 다른 유형의 성적 접근도 노골적으로 시도됐다.
박 경위는 "랜덤채팅은 익명성이 보장되고 서비스 제공자가 정보를 보관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성범죄가 벌어져도 수사가 어렵다"며 "랜덤채팅의 취약점을 분석해 개선을 추진할 범정부적 체계와 법률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puls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