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인근 한 골프클럽, 오바마 회원 허용 여부 놓고 탈퇴 소동
유대계 회원들, 유엔 안보리 '反이스라엘' 결의안 이유로 거부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오바마 대통령의 회원 가입에 반대한다."
'골프광'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회원 허용 여부를 놓고 워싱턴DC 인근의 한 회원제 골프클럽에서 회원끼리 논란한 끝에 탈퇴 소동이 벌어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오는 20일(현지시간) 퇴임 후 백악관 근처에 살면서 골프를 즐길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거론되는 메릴랜드 주(州) 록빌에 위치한 우드몬트 컨트리클럽에서다.
이 골프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퇴임 후 거처에서 북쪽으로 차로 20여 분 거리에 있다.
17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 클럽 회원 간 논쟁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지난달 채택한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 중단 촉구 결의안 때문에 벌어졌다.
안보리 표결에서 찬성 14표, 반대 0표, 기권 1표로 통과된 결의안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령 안에 정착촌을 짓는 것이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며, 이-팔 관계 회복을 위해서는 건설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대계 출신이 다수인 이 골프클럽 회원 중 일부가 오바마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이익에 반하는 안보리 결의안 통과를 '묵인'한 것에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안보리 이사국인 미국은 거부권을 행사해 결의안 채택을 막을 수 있었지만, 표결에서 기권해 이스라엘 대신 국제사회의 손을 들어줬다.
회원인 페이스 골드스타인은 이메일로 이뤄진 토론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존재를 약화하고 잠재적인 위협에 처하게 했다. 만약 오바마 대통령을 받아들이면 폭풍우가 일어 클럽을 파괴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변호사인 마크 아브람스 회원도 "이스라엘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 때문에 회원으로 수용할 수 없다"고 가세했다.
그러자 오랜 회원인 제프리 슬레빈은 "관용을 찾을 수 없고, 역사가 잊히고, 의사 표현의 자유가 거부된 이 공동체에 더는 몸담을 수 없다"며 클럽에서 탈퇴했다.
인근 도시인 서머셋 시(市) 시장이자 민주당 활동가인 그는 선대부터 이 클럽 회원으로 있었다.
슬레빈은 "사실 많은 회원이 오바마 대통령 같은 저명인사가 회원으로 들어오는 것을 환영하고 있다"며 "그러나 클럽 운영진은 아직도 전혀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같은 논란은 오바마 대통령과는 무관하게 벌어진 일이라고 WP는 전했다.
WP는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까지 우드몬트 클럽에 회원으로 가입할 의사를 내비친 적이 없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 기간 이 클럽에서 4차례 골프를 한 것을 근거로, 한 매체가 퇴임 후 그가 골프를 즐길 가능성이 큰 곳이라고 보도한 적은 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8년의 재임 기간 300여 차례 라운딩을 했으며, 주로 백악관에서 가까운 앤드루스 공군기지 골프장이나 단골 휴가지인 하와이에서 골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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