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1인 출판사는 4명 이하 직원이 일하는 출판사를 이른다. 2015 출판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출판사 중 1인 출판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76.1%에 달한다.
1인 출판사는 출판의 다양성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갈수록 불황이 깊어지는 출판계에서 안정적으로 뿌리내리기가 쉽지 않다.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유유 펴냄)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출판계가 불황이라는 일본에서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남짓 된 1인 혹은 작은 출판사들이 어떻게 독자적인 길을 찾아 생존하는지를 보여준다.
창립 10년 만에 뿌리내린 작은 출판사 미시마의 성장기가 두드러진다.
일찌감치 서점과 직거래를 시작한 이 회사는 도쿄뿐 아니라 교토에도 작은 사무실을 열고, 회비로 운영되는 잡지 제작을 통해 독자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소량만 찍어내는 '커피와 한 잔' 시리즈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시와 학술서에 주력한 미나토노히토나 사진집을 파고든 아카아카 등은 자기 브랜드를 구축한 경우다. 지방 소도시에서 현지 기업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지속가능한 출판사 모델을 만들고 있는 사우다지북스도 있다.
여러 번 경영 위기에 몰렸다는 아카아카의 히메노 기미 대표는 "잘 팔리느냐 안 팔리느냐보다 압도적으로 좋은 작품을 만드는 일만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밝혀줄 것이라는 생각이 창업하고 좀 지난 뒤 들었다"고 강조한다.
국내 출판계와 비교해 곱씹어볼 만한 대목이 많다. 연초 대형 서적도매상인 송인서적 부도를 계기로 논란이 일었던 위탁 판매 이야기도 등장한다.
한일 양국에만 있다는 위탁 판매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넘겨받은 서점이 판매한 만큼의 수익을 지급하는 유통 구조다. 팔리지 않은 책은 출판사에 되돌려준다.
전근대적인 관행이라는 비판도 나왔지만, 위탁 판매를 없애면 유통업자의 입맛에 따라 출판물 유통이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일본 출판사 26곳은 어림짐작으로 하는 위탁 배본(위탁 판매) 대신, 주문 출고제를 도입했다.
서점들에 유통회사(도매상)가 보내는 책에만 의존하지 말고, 서점 스스로 팔고 싶은 책을 출판사에 주문해 달라고 요청한다. 대신 이에 앞서 출판사들은 전국 서점에 정례적으로 이메일을 보내거나 온라인에 정보를 올려 책을 홍보하는 식이다.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 국내판을 펴낸 유유출판도 양질의 인문교양서를 꾸준히 발간해 독자의 지지를 받는 1인 출판사다.
김연한 옮김. 322쪽. 1만6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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