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조약·법정공방·EU 협상·의회심의 등 난관 즐비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영국이 유럽연합(EU)과 완전히 결별한다며 17일(현지시간) 세부 계획과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세부적인 시기조차 아직 불투명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이행에는 작지 않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브렉시트가 어떤 방식으로든 이행되려면 회원국의 탈퇴 절차를 규정한 리스본 조약 50조가 발동돼 EU와의 탈퇴 협상이 개시돼야 한다.
그러나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한 선례는 한 차례도 없으며 그 주체를 두고도 법적 논쟁이 일고 있는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일단 메이 총리는 영국 왕실의 권한을 위임받은 정부가 리스본 조약을 발동할 권리가 있다며 3월 말까지 탈퇴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계획을 세워뒀다.
탈퇴 협상은 혼인으로 치면 일종의 이혼조정과 같은 단계로 영국과 EU 양측은 최장 2년간 결별 조건을 두고 줄다리기하게 된다.
협상이 일정대로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19년 중반께 영국은 EU에서 완전히 탈퇴하게 된다.
그러나 양측 모두 처음인 데다가 EU 예산 분담금이나 지원금 반환, 영국과 EU 회원국 국민의 신분 조정 등 쟁점도 많아 어떻게 흘러갈지는 안개에 싸여있다.
협상 기간은 2년 뒤 다시 연장될 수도 있으나 영국과 27개 EU 회원국이 모두 동의해야 한다는 단서가 따라붙는다.
최악의 상황에는 2년 후 영국이 아무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EU에서 퇴출당하는 관계 공백기가 찾아올 수 있다.
협상에 앞서 영국은 리스본 조약 50조의 발동, 즉 협상의 개시가 시작되지도 못할 우려도 안고 있는 형국이다.
영국 고등법원은 지난해 11월 리스본 조약 50조 발동을 위해선 메이 행정부가 의회 승인을 먼저 받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리스본 조약의 발동 권한이 정부에 있다고 주장한 메이 총리가 패소한 것으로 대법원도 이달 중 같은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결국 오는 3월 말까지 탈퇴 협상을 시작한다는 집권 보수당의 계획이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이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의원들이 EU를 떠나기로 한 국민투표 결과를 번복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만큼 메이 총리가 조약 50조를 발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러나 조약 발동에 대한 의회의 심의, 의결과 더불어 탈퇴 협상의 개시 일정이 늦춰지거나 조건이 바뀌는 악재가 닥칠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리스본 조약 50조가 발동되고, 영국과 EU 간 협상이 이뤄지고 그 결과로 합의안이 도출돼도 영국 의회의 표결 절차가 남아있다.
메이 총리는 전날 연설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을 영국 의회 표결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애초부터 의회의 사후 승인을 주장했으나 반대하는 쪽에서는 리스본 조약 50조의 발동 자체가 탈퇴를 의미한다며 반발해왔다.
2018년 말이나 2019년 초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최종합의안이 의회 표결 과정에서 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리스본 조약 발동 후 2년 안에 협상이 순조롭게 마무리된다고 해도 바로 협상 결과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메이 총리는 기업들이 변화에 대비할 시간을 갖도록 '단계적인 이행절차'를 밟고자 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민 규제부터 자금 통제까지 사안별로 협상안이 적용되는 시기는 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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