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살리기 상징·문재인 연고지 등 의미…노사 "환영", 일각선 "정치적 해결 접근은 곤란"
(거제=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이 차기 대선주자들의 '핫 플레이스'로 부상했다.
'수주 절벽'으로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수많은 조선업 근로자들이 동시에 일자리를 잃는 상황에서 대선 주자들이 경제에 관심을 표시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이는 상징적인 장소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거제가 현재 각종 대선 예비주자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달리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출생한 곳이라는 점은 또 다른 이유다.
1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박원순 서울시장에 이어 16일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우조선을 찾았다.
여기에다 설을 전후해 잇따라 출마선언을 할 것으로 보이는 다른 야권 대선주자들도 거제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후발주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문재인 전 대표의 연고지인 부산·경남(PK)지역을 공략하려 들 것이고 문 전 대표 역시 '안방' 지키기 차원에서 대우조선해양 등 거제지역 방문이 예상된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을 찾은 박 시장과 반 전 총장은 노사 양측 관계자들과 만나 회사 현황과 노조 입장 등을 들었다.
박 시장의 경우 노조를 찾는 대신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노동자살리기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원회) 관계자들과 만나 대화를 나눠 눈길을 끌었다.
대책위원회는 경남 거제·통영·고성 등 조선소 밀집지역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노동계와 시민단체 등이 만든 단체다.
박 시장은 "경기가 나빠질 때 사측이 모든 책임을 근로자들에게 돌리는 것은 잘못됐다"면서 근로자들을 격려했다.
반 전 총장은 대우조선 노조 및 사내협력사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귀국 후 처음으로 지방 일정으로 대우조선 방문을 택했다"면서 "조선업계가 상당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고 거제 지역경제도 힘들다고 해 서둘러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들이 서둘러 대우조선을 찾은 데에는 문재인 전 대표가 태어난 곳이 거제라는 점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정가에선 분석했다.
문 전 대표 연고지를 찾아 그의 '아성'을 흔들어보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는 최근 문 전 대표의 대우조선 방문을 건의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문 전 대표에게 조만간 대우조선을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지난해 총선 때 대우조선을 방문한 적이 있어 현실적으로 당장 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대선 기간 방문을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조선업계는 향후 대선 후보들이 확정되면 대우조선 방문 행렬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 노조와 사측은 "언제든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임성일 노조 정책기획실장은 "정치권 인사들이 찾아오는 것은 환영한다"며 "노조 입장을 정치권에 전달하려면 절차도 복잡한데다 까다롭고 쉽지도 않기 때문에 대선주자 등 유력인사들이 직접 우리를 찾아오는 것은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 한 임원은 "정치권 인사들의 회사 방문을 환영한다"며 "정확한 회사 사정을 알고 정치권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최대한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대선주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좋지만 대우조선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도 내놓았다.
노조 한 간부는 "대우조선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된다"면서 "경영진과 노조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적 선전의 장으로 대우조선을 이용하려 해서는 안된다"면서 "대선주자들이 사전에 아무런 준비나 공부도 하지 않고 황급히 와서 구체적인 대책 제시 없이 돌아가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ky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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