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조작'과 폭리에 악용되는 FDA 희귀약품제도

입력 2017-01-18 13:52  

제약업계 '조작'과 폭리에 악용되는 FDA 희귀약품제도

'희귀'아닌데…편법 만연, 각종 혜택·독점 지위 누려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제약업계가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의 희귀약품제도를 폭리를 취하는데 악용하는 일이 만연해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미국 정부는 1983년 제정된 희귀의약품법(ODA)에 따라 20만명 이하에게 필요한 치료제에 대해 세금감면, 보조금 등 각종 혜택을 주고 있다. 일반약품에 3~5년 주어지는 독점적 특허보호 기간도 희귀약품의 경우 7년이나 된다. 독점 제품이어서 업체가 마음대로 가격을 매기고 통상 엄청나게 비싸다.

이 제도는 대상 환자가 적고 시장 규모가 작은 약의 연구개발을 촉진하기 위해서 도입됐다. 그동안 200여 업체가 450여 종을 시장에 내놓아 적지 않은 생명을 건지고 고통을 줄여줬다.

그러나 보건의약 전문 매체인 카이저헬스뉴스(KHN)는 식품의약국(FDA)이 그동안 희귀약으로 지정한 약품의 최소 3분의 1 이상이 희귀약이 아닌 대규모 시장을 가진 제품이라고 비판했다.

18일 KHN이 전문가들과 함께 조사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업체들은 당초 시장 규모가 작은 질환 치료용으로 희귀약 허가를 받은 다음 똑같은 약을 또다른 증상이나 질환 치료 효과가 있다며 추가 승인을 받는 방법을 흔히 활용하고 있다.

물론 특정 약물이 다른 질환에도 듣는 것이 추가로 발견돼 '정상적'으로 허가받는 경우도 있으나 많은 경우 희귀약품 지정에 따른 혜택을 누리기 위해 고의로 작은 규모의 질환과 환자에게 추가 효과가 있다며 승인 신청을 하는 '살라미 전술'을 아주 흔하게 사용한다.

또 당초부터 대규모 시장이 있는 제품인데도 희귀약으로 지정된 약이 70여 개이며, 1개 이상의 적응증을 허가 받은 제품도 80종이 넘는다. 약에 따라서는 희귀약으로서 허가받은 적응증이 3~10종에 이르며 매 적응증마다 인센티브나 보조금을 추가로 받는다. 또 약값을 엄청난 고가로 책정한다.






예컨대 아스트라제네카의 콜레스테롤 치료제 '크레스터', 오츠카의 정신과 약물 '어빌리파이', 로슈의 암치료제 '허셉틴', 애브비의 류마티스약 '휴미라' 등은 세계 제약업계 최대 판매약품 최상위권에 있는 소위 '블록버스터'임에도 희귀의약품 지위는 별도로 누리고 있다. 알레르간의 히트상품 '보톡스'의 경우도 당초 통증이 심한 눈 근육경련 치료제였으나 이제는 다양한 용도로 엄청나게 판매되고 있다.

거대 제약사 일라이릴리에서 기업전략자문을 지낸 버나드 뮤노스 박사는 "좋은 의도로 만든 제도가 제약업체들에 완전 점령돼 악용되고 있다"면서 이는 환자들의 부담을 엄청나게 늘리고 보건의료재정이 천문학적으로 급증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이런 일이 이토록 오랫동안 계속 벌어지는데도 방치돼 있는 상황이 놀랍다"고 비판했다.

2010년 희귀약품 지정 건수는 전체 신약허가 약품의 29%였으나 지난해엔 40%로 늘었다.

FDA 희귀약품개발국 게이어트리 라오 국장은 "갑작스럽지만 이제 보니 그런 것 같다. 이런 관행이 약값을 치솟게 만든다"고 토로하면서 앞으로 자세히 살펴보고 검토하겠다고 KHN에 답변했다.

그러나 바이오약품 업체 협회인 생명공학혁신기구(BIO)의 짐 그린우드 회장은 "인센티브가 없어져 일어날 위험이 보건의료 재정을 몇 푼 절약해 얻는 이익보다 훨씬 크다"고 주장했다고 공영 NPR방송은 전했다.






choib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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