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독일에는 기차를 자주 이용하는 고객이 좌석에 앉은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특별 고객이 차에 오르기 전에 차장이 다른 승객에게 자리 양보를 요청하는 식이다.
나 자신이 특별 고객이라고 가정하자. 차장이 미리 좌석을 확보했다면 문제가 없지만, 내가 직접 누군가에게 자리에서 일어날 것을 요구해야 한다면 어떨까.
전자의 경우 특별 고객은 자리를 양보한 승객(희생자)과 심리적으로 먼 거리에 있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앉겠지만, 희생자와 대면해야 하는 경우엔 '자리를 비켜달라'고 말하기도 쉽지 않다.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는 신간 '왜 양말은 항상 한 짝만 없어질까'(사회평론 펴냄)에서 이를 '인식 가능 희생자 효과' 개념으로 설명한다.
사람들이 눈앞에 있거나 구체적인 정보를 파악한 대상에게는 감정적인 반응을 느끼지만, 멀리 있거나 눈에 띄지 않는 대상에게는 무감각하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와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정치인과 기업인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의사 결정과 행동을 하는 건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책은 저자가 2012년부터 월스트리트저널에 연재한 상담 코너 '애리얼리 씨에게 물어보세요'에 실린 글들을 추린 것이다.
전작 '상식 밖의 경제학'과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등에서 인간의 비합리성을 탐구했던 저자는 이 책에서도 사람들이 스마트폰은 닦으면서 방 청소는 안 하거나, 유명한 교수가 더 형편없는 강의를 하는 이유 등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동 사례를 다양한 개념을 들어 분석한다.
국내판 제목 '양말은 왜 한쪽만 없어질까'에 대한 저자의 답은 사람들이 잃어버린 양말을 실제보다 더 많이 세기 때문이라는 것.
사람들은 어떤 양말이 없어진 것인지 정확히 기억하지 않고 있다가 나중에 나머지 한 짝을 발견하더라도 오히려 "또 양말 한 짝이 없어졌네"라고 투덜댄다는 것이다.
안세민 옮김. 332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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