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개발지역 학교 신설 줄줄이 퇴짜 '교육대란' 우려(종합)

입력 2017-01-18 16:09  

도심 개발지역 학교 신설 줄줄이 퇴짜 '교육대란' 우려(종합)

교육부 "학교 신설하려면 통폐합 먼저"…경기 29곳 신청에 7곳만 승인

전북·충북 등도 사정 비슷…장거리 통학 따른 불편·사고 위험 커

(전국종합=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 도심의 대규모 개발지역에 학교가 제대로 설립되지 않아 '교육대란'이 우려된다.

계속되는 저출산 기조로 학생 수가 감소하자 교육부가 학교 신설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전국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교육부가 2015년 5월부터 '학교 신설과 학교 통·폐합 연계 정책'을 도입하며 학교 신설 계획에 잇따라 퇴짜를 놓고 있다.

학교를 새로 세우려면 학생 수가 적은 소규모 학교들을 사전에 통·폐합하거나 기존의 학교를 이전해오는 형태를 취하라는 것이다.

이 정책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면서 경기도교육청은 작년 4월 유치원과 초·중학교 29곳을 신설하겠다고 신청했지만 7곳만 허가받았다.

그나마 유치원 2곳을 제외하고 조건 없이 설립을 승인해준 학교는 2곳뿐이다.

3곳은 인근 학교 통·폐합을 조건으로 승인해준 것이어서 설립 과정에 적지 않은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나머지 22곳은 재검토 판정을 내리거나 심의를 유보해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들 학교는 대부분 도심의 신규 택지개발지구 내에 들어설 예정으로, 아파트 입주가 본격화하면 학부모들의 집단 민원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충북도 청주 테크노폴리스, 방서지구, 대농지구, 충북혁신도시, 충주기업도시 등에 9개 학교를 신설하려 했으나 6개만 승인받았다.

이마저도 초등학교·중학교 통합, 분교 폐교, 분교장 개편, 소규모 학교 통·폐합 등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전제로 한 것이다.

경남교육청도 작년 말 6개 학교를 통·폐합하는 조건으로 도심 개발지구에 2개 학교 신설을 허가받았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에 반대하는 시·도교육청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전북교육청은 대규모 도심 개발지구인 전주 에코시티, 효천지구, 만성지구 등 3곳에 최소 9개의 초·중·고교를 지어야 하지만 현재까지 2개 초등학교만 허가를 받았다.




가장 문제가 심각한 에코시티는 1만3천여 가구가 입주하며 6개의 초·중·고교가 필요하지만 현재 초등학교 1곳만이 확정됐다.

중·고교는 신설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여 학생들은 4~5km 떨어진 외부 학교로 장거리 통학을 해야 할 형편이다.

4천700여 가구가 들어서게 될 효천지구는 단 1개의 학교도 설치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1천100여 명의 초등생들이 왕복 6차선 안팎의 도로를 건너다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해 논란이 일 전망이다.

강원교육청도 강릉 유천 택지개발지구와 원주 기업도시에 2개의 학교를 세우는 조건으로 무려 13개 학교를 통·폐합해야 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학교 신설이 가로막히면서 학부모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에 학교가 설립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온 데다 아파트 분양업체들도 이를 기정사실로 한 탓이다.




전주 에코시티 입주 예정자들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를 세우겠다는 약속을 믿고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이제 와서 말을 바꾸고 있다"며 "학부모와 학생의 피해를 누가 책임질 거냐"고 성토했다.

다른 지역도 입주가 본격화하면 학부모들이 들고일어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일선 교육청들은 대체로 교육부 정책을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하고 수용하는 분위기지만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는 곳도 있다.

경남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는 출산율 감소에 따른 학생 감소로 향후 학교 신설 요인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통·폐합이 전제돼야 한다고 본 것"이라며 "교육 수요자 만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신설과 통·폐합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학교가 사라지면 지역 공동체도 무너지는 만큼 경제 논리만을 앞세워 통·폐합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며 "학교 통·폐합과 신설을 연계하는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교육부에 요구했다.

doin10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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