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제재 바통 이어갈 듯…세컨더리보이콧 실행 여부 주목
(서울=연합뉴스) 문관현 기자 = 출범을 목전에 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를 주도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바통을 넘겨받아 추가적인 대북 압박에 나설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북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 전부터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겨냥해 고강도 발언을 쏟아낸 점 등을 들어 대북 유화책보다 기존의 제재카드를 계속 쥐고 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일 신년사를 통해 ICBM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 단계에 이르렀다고 미국을 위협하자, 트럼프 당선인은 이틀 만에 트위터에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이에 북한 외무성은 닷새 만에 임의의 시각과 장소에서 ICBM을 발사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북미 간 '기 싸움'은 팽팽한 상황이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이 국제질서에 심대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북한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여과 없이 드러냈고,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내정된 마이크 폼페오도 북한을 러시아, 중국, 테러리스트와 함께 '4대 당면 위협'으로 꼽았다.
트럼프 당선자와 외교·안보 핵심참모들의 강성 발언으로 미뤄볼 때 미국의 새 행정부가 당장 대북 제재의 고삐를 늦출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한용섭 국방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먼저 북한을 강하게 압박한 뒤 반응을 지켜보며 화전 양면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조치로 제재를 가했기 때문에 기존의 대북정책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AP통신 역시 지난 16일 "트럼프 행정부가 아마도 전임 행정부에서 가장 작게 이탈하는 정책이 북한에 대한 접근법일 것"이라며 제재 기조 유지에 무게를 실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전략적 인내'를 내세우면서도 1993년 5월 이후 20여 년간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 8개 중 5개를 끌어내는 등 압박 전략을 병행해왔다.
특히 임기 종료 1년을 앞두고 지난해 3월 역대 최강으로 평가받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270호를 채택하고, 그 빈틈을 메우기 위해 8개월 만에 결의 2321호를 추가하는 데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 대북정책의 기본 틀을 그대로 이어가는 한편, 필요에 따라 더 강한 압박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당장 미국과 국제사회는 지난해 11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2321호의 효과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안보리 결의는 통상 각국이 채택 후 90일을 전후해 자국법에 편입시키는 관례에 비춰볼 때 올해 초부터 그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결의 2321호의 효과 가운데 가장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북한의 핵심 외화벌이 수단인 석탄 수출량이 실제로 줄어들지다.
아울러 동과 니켈, 은, 아연 등 광물의 수출금지와 북한이 제작하는 조형물과 헬리콥터, 선박 등의 판매 차단을 통해 북한으로의 자금 유입을 막는다는 구상도 곧 성적표가 드러나게 된다.
여기에 더해 미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제재카드 중 지난해 오바마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밝힌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을 실제로 활용할지가 관심사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북한과 거래를 한 제3국과 기업 등에 제재를 가하는 조치로, 실행에 들어갈 경우 중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한편, 가능성은 낮지만 '협상의 달인'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제재카드를 미뤄두고, 일단 북한과 협상을 시도할 수 있다는 추론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기간 김정은 위원장과의 '햄버거 협상'을 거론했고, 러시아와 핵 군축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추가 압박보다 일종의 '유예기간'을 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는 김정은 정권의 반응이 변수다. 김정은 위원장이 유화적 제스처를 보일 경우 상당 기간 탐색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올해 상반기에는 북미 간 치열한 탐색전과 기 싸움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의 주목을 끌고 제재에 항의하기 위한 목적 등으로 6차 핵실험과 ICBM 발사에 나서면 북미관계는 초긴장상태로 돌입할 수밖에 없다.
k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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