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눈앞'…美기업, 중국 투자 줄이고 생산시설 옮기고

입력 2017-01-18 17:21  

트럼프 시대 '눈앞'…美기업, 중국 투자 줄이고 생산시설 옮기고

오라클은 베이징 R&D인력 감원하고 시게이트는 中제조공장 문닫아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미국 기업들이 중국 투자를 줄이고 생산시설을 자국으로 옮기는 등 '트럼프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우선 중국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 열풍이 시들해지고 있다.

주중미국상공회의소의 연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이 자사의 투자 목표 상위 3위에 들어간다고 답한 기업의 비중은 전체 응답자의 56%에 그쳤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2009년 이후로 가장 낮은 수치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깊어지면서 양국의 관계가 예전 같지 못하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응답자 가운데 80%는 이미 중국에서 예전보다 덜 환대받고 있다고 답했다. 삼 년 전만 하더라도 이같이 답한 기업은 전체의 40% 수준에 불과했다.

또 미국 정부와 중국 정부의 긍정적인 관계가 중국에서 기업 성장에 매우 중요하다는 응답은 72%에 달했지만, 2017년에 미·중 관계가 나아질 것이라는 관측은 17%에 그쳤다.

이번 설문은 지난해 10월 26일부터 11월 27일까지 상공회의소 회원 46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것이다.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설문을 진행해 트럼프 당선인이 미·중 관계에 미친 영향이 제대로 반영되지는 않았다고 WSJ은 설명했다.

미·중 갈등 속에 중국 당국의 IT 분야 규제가 심해지자 미국 IT기업들이 아예 중국 사업규모를 줄이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은 전략적 구조조정을 이유로 베이징(北京) 지사의 연구개발 분야 직원 200명을 감원했다.

저장장치 전문기업 시게이트도 쑤저우(蘇州)의 제조공장을 폐쇄하고 2천200명을 해고한다고 밝혔다.




미국 제일주의를 외치는 트럼프 당선인을 의식해 해외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옮기려는 시도도 포착되고 있다.

트럼프가 최근 연일 35%의 '국경세'(border tax)를 언급하며 글로벌 기업을 압박하자 차라리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세금 관련 불확실성을 줄여보려는 것이다.

피트니스 웨어러블 생산업체인 핏비트 고위 관계자는 생산시설 가운데 일부를 미국으로 옮겨오는 방안을 타진해 봤다고 말했다.

주류업체 콘스텔레이션 역시 이달 초 미국 내에서 천연가스와 포장용 재료를 평소보다 더 사들여 새 조세규정의 타격을 상쇄하는 방안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악기 제조업체 테일러 기타는 최근 프리미엄 기타에 자개 장식을 하는 공정을 아시아에서 미국 텍사스로 옮겨왔다.

한편 미국 기업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파기하기보다는 유지하기를 바라고 있다.

미국상공회의소와 미국 대기업으로 구성된 경제단체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등은 TPP 유지를 위해 로비에 나서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들은 TPP 세부 내용을 바꾸거나 이름을 바꿀 수는 있지만, TPP 자체는 미국 기업의 아시아 진출에 유용하기에 파기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TPP에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대부분 국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협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마이클 프로먼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TPP 파기에 대해 "중국에 엄청나게 큰 선물이 될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heev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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