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위헌심판 앞두고 대체복무 도입 찬반 의견 대립
찬성측 "대체복무 강도 높여 기피자 양산 막으면 돼"
반대측 "병역 자원 손실, 병역기피 수단 전락할 것"
(전국종합=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최근 법원의 잇단 무죄 판결로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했을 때 그 대안으로 제시되는 게 '대체 복무제' 도입이다.
대체 복무제는 군 복무나 예비군 훈련을 사회봉사 등으로 대신하는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 찬성론자들은 병역을 면제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대체복무 할 기회를 달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체 복무제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상당해 양식적 병역거부만큼이나 논쟁이 뜨겁다.
유엔 인권이사회의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분석보고서'를 보면 2013년 세계 각국에서 종교적인 이유로 군 복무를 거부해 교도소에 갇힌 사람이 723명인데, 이중 한국인이 92.5%(669명)를 차지한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법률가들은 이를 두고 "국제적 표준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2012년을 기준으로 징병제를 유지하는 세계 83개국 중 31개국이 양심적 병역 거부권을 인정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국가가 대만과 덴마크, 독일, 러시아, 스웨덴, 오스트리아, 이스라엘, 폴란드, 핀란드 등이다.
이들 나라는 병역 거부권을 인정하는 대신 대체 복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1990년대에 아제르바이잔과 전쟁을 치르고 현재도 영토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아르메니아도 2013년 대체 복무제를 도입하면서, 수감돼 있던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모두 석방할 수 있었다.
유엔 인권이사회 역시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한 갈등 해소를 위해 대체 복무제 도입을 권고하고 있다.
사실 국내에서도 한 때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 복무제 도입이 진지하게 검토된 바 있다.
국방부는 2007년 9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현역병보다 2배 많은 기간 한센병원, 결핵병원, 정신병원 등에서 근무를 하면 병역을 이행한 것으로 간주하는 구상을 내놨다.
그러나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한다는 이유로 흐지부지됐다.
그 당시나 지금도 대체 복무제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은 주된 이유로 이 제도가 병역자원 손실을 초래하고, 병역기피를 위한 수단으로 오남용 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형벌을 가하지 않으면 양심을 빙자한 병역 기피자가 급증할 것"이라며 "인간의 내면에 있는 신념을 객관적 기준으로 어떻게 가려낼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형사처벌에 대해 2004년 첫 합헌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 역시 "양심의 자유가 중요한 기본권이지만 국가안보라는 중요한 공익을 저해할 수 있는 무리한 입법적 실험(대체 복무제)을 요구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2011년에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반면 양심적 병역거부 찬성론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우선 현역에 필요한 자원이 남아 6천여명이 보충역으로 전환되는 요즘, 한 해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600여명 정도임을 고려하면 대체 복무제를 도입해도 병역자원 손실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대체복무의 강도를 현역보다 더 무겁게 설정하고, 전문가들에 의한 엄격한 사전심사와 사후관리 및 엄격한 처벌 제도를 마련하면 양심을 빙자한 병역 기피자 양산도 막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 대만의 경우 2000년에 대체 복무제를 도입하면서 병역기피 현상을 우려해 대체복무 기간을 현역 기간보다 11개월이 긴 2년 9개월로 정했다가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자 대체복무 기간을 점차 줄여 지금은 현역 기간과 동일하게 조정된 사례도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모병제 도입이 양심적 병역거부 논쟁을 끝내는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지금의 징병제가 아닌 모병제로 전환하면 국방의 의무가 사라지게 되니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방의 의무가 헌법에 적시돼 있는 만큼 모병제로의 전환은 길이 더 험난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세 번째로 위헌 심판대에 오른 병역법 조항을 놓고 2015년 7월 9일 열린 헌재의 공개변론에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대체 복무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이에 대한 논의는 헌재가 아닌 국회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번 논쟁의 향배를 제시할 헌재의 위헌심판과 관련,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지난해 국정감사 때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을)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소장의 임기는 오는 30일까지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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