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황새 20년만에 160여마리 복원한 교원대 박시룡 교수 은퇴
(청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자연으로 방사한 황새들이 인공횃대로 돌아와 새끼를 낳았을 때가 인생에서 제일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1996년 복원을 위해 러시아로부터 황새를 들여올 당시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이었는데…"
18일 오전 한국교원대 교육박물관 강당에서 황새 연구의 선구자인 교원대 박시룡 생물교육과 교수는 사진 한 장을 바라보며 당시를 회고했다.
방사한 암컷 황새가 45년만에 자연 부화한 2마리의 새끼를 돌보는 사진이었다.
박 교수는 '황새를 부탁해 충북권(제2권역) 황새 야생 복귀의 실현'이라는 주제로 이날 한 정년 퇴임 고별 강연에서 한평생 황새와 동고동락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냈다.
1996년 러시아 아무르 강 유역에서 서식하던 새끼 황새 한 쌍을 국내로 처음 들여온 순간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 듯 했다.
박 교수는 "당시 함께 연구하던 故 김수일 교수와 한국으로 돌아오는 데 새끼 황새들이 혹여라도 이상이 있을까 봐 비행기 객실에 함께 탔었다"며 "물도 잘 안 먹으려고 하고 케이지 안에는 소변까지 봐서 무척 난감했다"고 당시를 추억했다.
처음 본 물체를 어미로 인식하는 조류의 특성상 하얀색 두건을 쓰고 교감했던 기억부터 황새가 추위를 타지 않도록 지하수에서 물을 뽑아 올려 계속 순환시켜줬던 사연까지 황새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강연 내내 끝없이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힘들게 자연으로 돌려보낸 암컷 황새가 전신주에 내려앉았다가 감전사한 순간을 설명할 때는 안타까움이 절로 묻어났다.
그는 "2마리의 새끼를 정성껏 보살피던 암컷 황새가 전신주 주변에 내려앉았다가 감전으로 허망하게 죽어버렸다"며 "새끼들은 지금 자연에서 어미 없이 애비 황새하고만 살고 있다"고 말끝을 흐렸다.
박 교수는 황새를 방사하더라도 안전하고 온전하게 자연에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복구해주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과거 황새가 많이 살았던 청주 미호천의 지정학적 중요성도 부각했다.
그는 "예산 황새 공원에서 방사된 황새들은 서쪽을 중심으로 남과 북으로 이동하거나 혹은 중국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황새가 중부권이나 경남지역을 포함해 한반도 전역에 분포, 균형 있게 살아가려면 과거 황새가 많이 살았던 청주 미호천을 중심으로 복원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원대는 이를 위해 청주시로부터 학술 용역을 받아 한반도 황새 야생 복귀 제2권역 조성 계획을 연구하고 있다.
이번 연구 용역은 오는 6월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박 교수는 "한 개체의 죽음이 생태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멸종위기종의 개체를 복원하고 보전하는 일은 우리 모두의 시대적 책무"라고 강조했다.
고별 강연에 참석한 류희찬 교원대 총장은 "평생 황새를 야생으로 되돌려보내는데 열정을 쏟아온 박 교수의 노고에 대해 감사 드린다"며 "미호천을 중심으로 황새가 서식하는 공간이 마련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기 때문에 '황새 염려 마라'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화답했다.
박 교수는 강연을 마친 뒤 청람 황새공원에 타임캡슐도 묻었다.
이 타임캡슐에는 그가 황새 복원을 시작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정성스럽게 그려온 수채화 100점이 담겨있다.
타임캡슐은 1996년 7월 17일 황새를 러시아로부터 들여온 날을 기념해 100년 뒤인 2096년 7월 17일 개봉된다.
그는 은퇴 후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교단을 떠난 뒤에도 황새가 자연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평범한 시민으로서 활동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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