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만든 행복도시 기본계획 석달 내 변경 추진 '논란'
(세종=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국립의료원도 서울에 뺏앗기고, 이제 와서 그부지에 공장을 짓겠다니 말이 됩니까."
정부가 최근 발표한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신도시) 기본계획 수정안을 두고 세종시와 인근 지역 주민의 반발이 거세다.
논란은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2월 6-1 생활권에 조성하려던 첨단산업 업무용지를 5생활권으로 옮기는 내용의 '행복도시 기본계획 변경안'을 내놓으면서 시작됐다.2006년 7월 세워진 행복도시 기본계획은 2030년까지 행복도시가 자족기능을 갖추고 성숙단계에 이르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법정계획이다.
국토부는 6생활권 인근 월산산업단지로 인해 교통체증이 우려되고, 5생활권과 가까운 세종테크노밸리와 오송바이오폴리스 산업단지 등과 연계성이 떨어진다며 기능을 '맞교환'할 것을 제안했다. 기본계획상 5생활권 기능은 '의료·복지', 6생활권은 '첨단지식기반'이다.
이에 대해 5생활권 인근 연동면 주민들과 세종시는 '불통정책'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산업용지에 입주할 기업도 결정되지 않은 데다 폐기물 처리계획도 마련하지 않은 채 밀어붙이는 것은 졸속 행정이라는 것이다.
국토부가 내세운 '오송바이오폴리스 산단과의 연계성'이라는 논리 역시, 5생활권 조성 당시에는 오히려 오송 생명과학단지와 접근성이 높다며 의료 기능을 설정해 놓고 이제 와서 말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국토부는 의료 기능은 그대로 두고, 첨단지식기반 기능만 이전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이미 인근에 명학산업단지가 조성돼 있는 데다, 부강면 지역에도 레미콘 공장이 있어 이른바 '굴뚝산업'만 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세종시 관계자는 "당초 5생활권에 국립중앙의료원을 끌어오겠다고 했지만, 유치에 실패하고 서울 서초구로 가면서 주민들의 허탈감이 큰 상황"이라며 "차라리 굴뚝산업을 가져올 바에는 비워두는 게 낫다는 게 주민들의 의견"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산단에 공장이 입주하면 당연히 공업용수도 써야 하고 전력도 공급해야 하니 폐기물 처리시설도 들어가야 하는데, 폐기물은 어디로 보낼 것인지에 대해서도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춘희 세종시장도 "세종시로 이전하려는 공공기관이 많아 업무시설도 부족한 형편"이라며 "굳이 땅값이 비싼 예정지역(신도시) 말고 원도심에 산단을 짓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는 의견을 국토부에 전달했다.
국토부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은 행복도시추진위원회 심의를 거쳐 다음 달 중 수정된 기본계획을 확정, 고시할 방침이다.
행복청 관계자는 "행복도시 기본계획은 지난해부터 변경을 추진했지만 계속 늦춰졌고,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6-1생활권은 행복도시가 출범하기 전부터 조성돼 있던 월산산단으로 인해 교통이 불편해 기업 유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행복도시 자족기능 확보를 위해서는 우수 기업 유치가 가장 중요하다"며 "도시 계획상 우선 기능이 확정돼야 투자 유치가 가능한 만큼, 기본계획 수정이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세종시는 최근 국회 이전과 행복도시법 개정 등이 논의되고 있는 만큼, 변화된 상황을 반영해 여유를 두고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주민을 설득하려면 최소한 유치하려는 기업의 청사진이라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우선 도시 기능을 보강한 뒤에 기본계획 변경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반박했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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