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여러분이 참으세요"…방송 '내 멋대로 편성' 괜찮나

입력 2017-01-19 08:30   수정 2017-01-1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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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여러분이 참으세요"…방송 '내 멋대로 편성' 괜찮나

드라마는 생방송 촬영 탓에 잇단 결방…'무도'는 피로 호소하며 재방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연말연시 방송사들의 내멋대로 편성이 이어지고 있다.

지상파, 케이블 가릴 것 없이 시청자에게 편성 변경에 따른 불편을 감수하라고 한다.

"좀더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을 위해서"라는 설명이 따르지만 딱히 시청자의 양해를 구하지도 않는다. 결방과 편성 변경에 대한 안내뿐이다. '시청자와의 약속'을 어기는 것을 별로 큰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는 듯 하다.

하지만 편성이 무너지는 순간 방송의 질서도 무너진다. 특별한 스포츠경기나 행사 때문에 불가피하게 편성이 바뀌는 게 아닌 이상, 정해진 방송 시간표는 시청자와의 약속이다.

시청자를 왕으로 모셔야하는 방송이 내 멋대로 편성을 하기 시작하면, 매체 다변화 시대에 시청자의 방송 이탈도 그만큼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21일은 드라마 팬이 행복한 날?

20~40대 젊은 드라마 팬들에게 오는 21일은 '디데이'다.

오후 8시부터 tvN '도깨비' 마지막 15~16회가 연속 방송되고, '도깨비'가 끝나면 밤 11시 OCN '보이스'가 편성된다.

두 드라마 모두 화제작이니 토요일 밤 좋은 '여가 거리'가 생긴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원래 '보이스'의 방송 시간은 밤 10시다. 토일 드라마인 '보이스'는 21일에만 11시에 방송되고, 22일에는 10시로 다시 돌아온다.

'도깨비'가 '생방송 촬영'으로 지난 14일 결방을 하고, 21일 2회 연속 방송을 하게 되면서 벌어진 사태다. '보이스'는 tvN과 다른 OCN에서 방송되지만 주 시청자층이 겹친다는 이유로 '도깨비'의 명성에 밀려 한 시간 뒤 방송이 결정됐다. 이 두 채널 모두 CJ E&M이 거느리고 있어 이같은 '유연한'(?) 편성이 가능했다.





CJ E&M은 18일 이를 고지하면서 "tvN '도깨비' 15회, 16회(최종회) 연속 방송에 이어 밤 11시 OCN '보이스'까지 CJ E&M 황금타임이 완성되었다"고 홍보했다.

'도깨비'도 보고 '보이스'도 볼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으냐는 얘기다. 하지만 '도깨비'는 관심 없고 '보이스'만 기다리는 팬들은 괜스레 1시간 더 기다리게 됐다.

CJ E&M 홍보팀은 "편성은 시청자와의 약속이고 그것을 지키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도깨비'의 마지막회에 대한 관심이 높고 '보이스'의 시청자층이 '도깨비'와 겹치는 만큼 고심 끝에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지상파도 결방…"시청자는 기다려라"

시청률 20%를 돌파한 SBS TV 수목극 '푸른 바다의 전설'은 지난달 29일 14회를 결방했다. 대신 1~13회를 압축한 스페셜 방송을 내보냈다.

당시 SBS는 "드라마 후반부 전개를 앞두고서 전반부를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즐기시면서 요약할 수 있도록 새로운 콘텐츠인 스페셜 방송분을 선보인다"라고 밝혔다.




별다른 사과나 설명도 없었다. 마침 연말 시상식 철이라 타사 시상식 방송에 따른 전략적 편성 변경인 듯 두루뭉술 넘어갔다.

SBS는 그러면서 "제작진은 남은 방송분이 퀄리티 높은 드라마를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시청자가 언제 좀더 높은 완성도를 요구하며 결방을 용인한다고 했던가. 일방적인 통고였다. 속사정은 역시 '생방송 촬영'으로 인해 방송 분량을 제때 맞추지 못한 탓이다.

MBC TV 예능 '무한도전'은 오는 28일부터 결방한다. 제작진은 '방학'도 아니고 '휴식'도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시청자는 무려 7주간 '무한도전'을 볼 수 없다. 그중 4주는 '무한도전'의 재방송이 편성될 예정이다.





지상파 토요일 프라임 타임에 '국민 예능'이 두달 가까이 결방하는데 MBC는 아무런 사과나 해명이 없다. 제작진 명의로 재정비 시간을 가질 것이라는 안내만 나왔을 뿐이다.

공공의 전파를 사용하는 MBC와 SBS에서 황금 시간을 재방송으로 채우면서 시청자에 대한 미안함은 보이지 않았다.

MBC 스타 PD 출신인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이러한 결방 사태에 대해 19일 "편성 변경에 대해 방송사가 공식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러한 사태가 심심치 않게 빚어지는 것에 대해 구조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 교수는 "방송사가 제작진에게만 과도하게 책임을 묻지 말고 큰 그림을 그려야한다"고 짚었다. 무리한 제작 시스템으로 '결방'이 예견되는 상황을 방송사가 미리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무한도전'의 경우 결방은 무한 경쟁 체제에서 제작진의 시한부 휴전선포, 혹은 긴급 SOS로 들린다"며 "차제에 무리한 단기 제작시스템에 대한 획기적 변화를 모색하는 게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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