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백화점 쇠락 日과 닮은꼴…'잃어버린 20년' 따라가나

입력 2017-01-19 06:01   수정 2017-01-19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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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백화점 쇠락 日과 닮은꼴…'잃어버린 20년' 따라가나

(서울=연합뉴스) 유통팀 = 국내 유통업계의 '맏형'이라고 할 수 있는 백화점들의 업황이 최근 수년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일찌감치 쇠락의 길로 접어든 일본 백화점 업계와의 유사성을 근거로 한국 경제가 일본의 장기 불황,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을 따라가는 신호가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백화점들의 부진이 일본처럼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해법으로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 한국과 일본 유통산업은 '판박이'

한국의 유통산업은 여러모로 일본과 비슷하다. 시간상으로는 일본이 걸어간 길을 한국이 따라가는 모양새다.

일본에서는 1960년대부터 대형 유통업체가 성장하기 시작했고, 1970년대부터 중소 소매업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 정책이 실시됐다.

한국은 1990년대부터 대형 유통업체가 빠르게 몸집을 키웠고, 일본처럼 각종 규제 정책도 도입됐다.

유통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점도 비슷하다.

19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한국 유통산업의 부가가치는 118조1천384억 원 규모로, 전체 산업의 9.2%를 차지했다. 이는 제조업(32.0%)의 뒤를 이어 두 번째로 큰 것이다.

일본 유통산업의 부가가치는 2013년 68조6천866억 엔으로 전체 산업 총부가가치의 13.3%를 차지, 역시 제조업 다음으로 비중이 컸다.

일본 백화점은 장기 불황과 함께 1990년대 중후반부터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백화점 매출액은 1997년 9조1천924억 엔에서 16년 연속 감소해 2012년 6조1천453억 엔까지 줄었다. 아베노믹스 효과로 2013년에는 잠시 전년 대비 1.2% 증가했지만 이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전성기가 지나고 편의점과 온라인쇼핑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일본 유통산업의 변화도 최근 한국이 뒤늦게 경험하고 있다.

김숙경 산업연구원 서비스산업연구실장은 "한국에서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최근 들어 성장이 크게 둔화하고 있다"며 "일본에서 백화점은 1990년대 초부터, 종합슈퍼마켓(GMS)은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장규모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한국에서 나타나는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침체는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정부 규제의 영향도 일부 있겠지만 구조적 요인으로 성장의 한계에 도달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이 성숙기에 이르러 확장이 어려워진 데다 온라인 쇼핑 등 다른 시장이 성장하면서 국내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침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 "일본식 장기 불황 징후" vs "온라인쇼핑 등 소비자행태 변화 탓"

문제는 이런 '백화점 쇠락' 현상이 한 유통업태에만 국한된 것인지, 한국 인구·사회적 변화에 따른 장기적, 구조적 내수 침체의 신호인지 여부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은 "백화점 매출 정체는 현재 수년째 이어지는 우리나라의 내수 부진을 반영한다"며 "내수 부진은 세월호 사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같은 일회성 요인뿐 아니라 사회 구조적 변화와도 관계가 있으므로 일본처럼 장기적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 사회의 급격한 고령화는 소비 위축 요인의 하나다.

소비 성향이 높은 30~40대 인구는 감소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소비 여력이 적은 고령층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만15~64세의 생산가능인구까지도 줄어든다.

한국 경제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진 점도 일본의 '저성장 장기화'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저성장 시대가 되면 모든 가게의 매출이 떨어지는데, 직격탄을 맞는 것이 백화점"이라며 "백화점 매출이 제자리걸음 하는 것을 보면 우리도 일본처럼 장기 불황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의견도 있다. 백화점업계가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자체로 한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 불황에 빠진다고 보기는 아직 성급하다는 견해다.

1인 가구 증가, 온라인쇼핑 성장 등에 따른 소비자행태 변화에 따른 것이므로, 제품과 서비스를 혁신하면 백화점들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인구 구성의 변화로 시장 자체에도 변화가 있겠지만, 불황과의 직접적 연결고리는 찾기 어렵다"며 "저성장 시대에는 잠재 고객을 세분화해서 다각적으로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현재 기성세대는 과거 기성세대와 달리 학력이 높고 경제활동 기간이 길기 때문에, 그 특성에 맞춘 상품군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숙경 실장은 "전형적 백화점 형태로는 과거와 같은 지위를 누리기 어렵지만, 이를 '잃어버린 20년'과 직접 연결하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며 "백화점들은 일본처럼 장기 쇠퇴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복합몰 등 다른 방식으로 활로를 찾거나 다른 채널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doub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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