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트리체 종탑 이번 지진에 끝내 '폭삭'…"폭설에 갇혀 피난도 못가"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작년 8월 강진이 덮쳐 약 300명의 사망자를 낸 이탈리아 중부 산간 지역에 18일 '규모 5' 이상의 강한 지진이 또 다시 잇따랐다.
최근 지속된 이상 한파 속에 최대 2m가 넘는 폭설이 내려 전기가 끊기고, 도로가 봉쇄돼 사실상 고립된 처지에 놓인 산간 지역 주민들은 작년 지진의 참상이 채 씻기기도 전에 또 다시 강진이 엄습하자 절망에 빠졌다.
작년 8월 지진 당시 약 240명이 목숨을 잃고, 도시 전체가 폐허가 되다시피 해 가장 큰 피해를 본 라치오 주 아마트리체에서는 이날 지진으로 아직 꿋꿋이 서 있던 도심의 교회 종탑이 끝내 무너져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10월 이 지역을 재차 강타한 규모 6.7의 강진에 추가 손상을 입은 종탑은 최근 며칠 동안 이어진 폭설로 하중이 실린 상황에서 또 다시 강진이 발생하자 충격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지진은 약 100㎞ 떨어진 로마는 물론 북쪽으로는 라벤나, 남쪽으로는 포지아에서까지 진동이 느껴질 만큼 강력했다.
세르지오 피로치 아마트리체 시장은 자신의 마을에 거듭되는 불운에 할 말을 잃은 듯 "우리가 무슨 나쁜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어제는 2m까지 쌓인 눈 속에서 깨어났고, 오늘은 또 다른 지진이 일어났다"고 한탄했다.
폭설 여파로 전기가 끊겨 약 30만 명의 주민이 고통을 겪고 있는 아브루초 주의 마을 칸차노의 프란코 캄피텔리 시장은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상황이 점점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많은 눈이 계속 내리고 있고, 우리는 전기도 없다"며 "군대가 곧 제설 장비를 갖고 당도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완전히 고립될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
2009년 규모 6.3의 강진으로 300명이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은 아브루초 주 라퀼라 인근 마을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이탈리아 뉴스통신 안사와의 통화에서 "(지진에 놀라)거리에 나와 있다. 눈에 흠뻑 젖었지만 눈 때문에 차를 움직일 수 없어 강진이 나도 피난을 갈 수 조차 없다"며 무력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어 "몬테레알레의 건물에 갇혀있을 어머니의 소식을 듣기 위해 전화기를 붙잡고 있는데, 연결이 안된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몬테레알레는 라퀼라 인근의 그란 사소 국립공원에 인접한 작은 마을로 이번 지진의 진앙으로 관측된 곳이다.
한편, 이탈리아 구조 당국은 며칠째 이어진 폭설로 주요 도로가 끊긴 탓에 고립된 산간 마을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정확한 피해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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