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도쿄대생들은 왜 바보가 되었는가' 등의 책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일본의 저널리스트 다치바나 다카시는 20만권 가까이 책을 소장한 장서가이자 애서가로도 유명하다.
책을 너무 많이 모아 감당하기 힘들어지자 아예 평생 모은 책을 보관하는 건물을 따로 짓고 '고양이 빌딩'으로 이름을 붙였다. 좁고 긴 삼각형 모양의 건물 외벽에 고양이 그림이 그려진 고양이 빌딩은 이후 관광명소가 되기도 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문학동네 펴냄)는 '고양이 빌딩' 한 층 한 층을 다치바나 다카시가 직접 안내하며 서가에 꽂혀있는 책을 소개하는 책이다.
지하 2층부터 지상 3층까지, 옥상과 계단까지 빽빽하게 들어찬 책들은 "서가를 보면 자신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가 보인다"는 저자의 말대로 '지'(知)에 대한 전방위적인 관심을 보여준다.
문학부터 일본 근대의학, 분자생물학, 라틴어, 뇌, 종교, 잉카, 성서, 아서왕의 전설, 철학, 물리학, 이스라엘과 중동 문제, 미술, '빨간책', 심지어 '구제불능의 인간이 쓴 구제불능의 책'이지만 자료로서 모아둔 책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넘나드는 다치바나의 지적 편력에 입이 떡 벌어진다.
서가와 서재 사진 작업을 하는 일본 사진작가 와이다 준이치가 정밀하게 찍은 고양이 빌딩의 서가 모습 사진이 풍부하게 실려 있어 실제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를 엿보는 느낌을 준다.
와이다 준이치의 사진은 서가를 한 단 한 단 따로 찍은 뒤 조합해 전체 서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민화에 관심이 많았던 작가가 민화 책가도처럼 서재를 왜곡하지 않고 평면화해 보여주고 싶어 이런 방식을 택했다고 문학동네측은 전했다.
올해 77살인 다치바나 다카시는 고등학교 때 샀던 책까지 버리지 않고 소장하고 있다. 더러워지고 낡은 책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그 책의 책등을 보기만 해도 그 책을 사서 읽었던 시기의 추억이 잇따라 되살아난다. 그 무렵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에 고뇌했으며 또 무엇을 기뻐했던가. 책과 함께 그런 추억들이 되살아온다. 나의 분노와 고뇌가 책과 함께 있었음을 떠올린다. 어쩔 수 없이 더러워진, 여기저기 얼룩이 진 책일수록 버리기 힘든 것은 그 책을 되풀이해서 읽고, 줄을 긋거나 메모를 했던 추억이 거기에 가득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사진만으로는 다 알 수 없을 테지만, 어쨌든 그러한 책들이 서가 여기저기에 꽂혀있다."
박성관 옮김. 648쪽. 3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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