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인사지만 정치적 메시지 가능성도…오후 MB 예방 '시선집중'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귀국 후 줄곧 '국민 대통합' 행보에 주력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서서히 정치적 행보로 무게추를 옮기고 있다.
반 전 총장은 19일 오후 이명박(MB) 전 대통령을 예방해 귀국 인사를 한다.
귀국 후 첫 번째 전직 대통령과의 만남인 동시에 처음으로 정치인과 공식 만남을 갖는 의미가 남다른 행보다.
반 전 총장은 또 고(故)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부인인 손명순 여사를 찾아가는 데 이어 20일에는 정세균 국회의장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차례로 만날 예정이다.
귀국 후 행보에서 '결정적인 한방'을 선보이지 못한 반 전 총장이 전직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 권한대행, 그리고 국회의장과의 면담을 통해 향후 정치 행보를 위한 발판을 마련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이 전 대통령과의 면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생존한 전직 대통령 가운데 정치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유일한 전직인데다 과거 이 전 대통령의 측근 또는 친이(친이명박)계 의원 중 일부가 반 전 총장의 캠프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곽승준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과 박진 전 의원 등이 현재 반 전 총장의 캠프에 속해 있고, 이 전 대통령의 '입'으로 통했던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이 전 대통령의 정무수석을 지낸 새누리당 정진석 의원은 외곽에서 반 전 총장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내부에서는 반 전 총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 예방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세 불리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반 전 총장 캠프 측에서는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실제로 초기 캠프 구성원들의 경험과 전문성이 부족한데다 조직 자체도 상당히 빈약한 상태여서, 일부에선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뒷전으로 밀려난 친이계 인사들의 지원을 전폭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따라 반 전 총장이 이 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지원 요청'으로 해석될만한 메시지를 낼지, 이 전 대통령이 어떻게 화답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여전히 재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만큼 반 전 총장에 대한 직접 지원에 나서는 것이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이런 판단에서 반 전 총장과 이 전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특별한 정치적 언급을 자제할 것이라는 관측이 더 많은 상황이다.
손 여사 예방 일정은 PK(부산·경남) 민심 잡기와도 관련이 없지 않다.
경쟁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을 지역 기반으로 하는 만큼, 과거 PK의 맹주였던 YS의 적자가 될 가능성을 키우는 자리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다만 황 권한대행과의 면담은 보수 진영 내에서 경쟁자 간 '샅바 싸움'으로 비칠 공산도 없지 않다. 황 권한대행이 현재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여권 대선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 반 전 총장은 설 연휴까지 정치권과 거리를 두며 바닥 민심 청취에 집중할 계획이었지만, '컨벤션 효과'가 없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만큼 이번 '릴레이 귀국 인사' 자리에서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를 던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만은 없다.
한편 반 전 총장은 이 전 대통령 예방에 앞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와도 환담한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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