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전원합의체 "장사법 시행 이전 설치된 묘지에는 허용"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묘지를 만들고 제사를 지내기 위해 다른 사람의 토지를 사용하는 권리인 '분묘기지권'을 법적 권리로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일 강원도 원주 일대 임야 소유자인 A씨가 이 임야에 분묘를 설치한 B씨 등을상대로 낸 분묘철거 소송 상고심에서 "일부 묘지에 대해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했다"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민법은 부동산을 소유의 의사로 20년간 평온하게 점유하면 '취득시효'가 완성됐다며 소유권을 인정한다. 이른바 '시효취득' 규정이다.
재판부는 "타인 소유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경우에 20년간 평온·공연하게 점유하면 지상권과 유사한 관습상의 물권인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한다는 점은 오랜 세월 동안 지속돼 온 관습으로서 법적 규범으로 승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이러한 법적 규범은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 시행일인 2001년 1월 13일 이전에 설치된 분묘에 관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장사법은 묘지의 설치 기간을 기본 15년으로 규정하고 3번에 걸쳐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해 최장 60년간 분묘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허락 없이 묘지를 설치한 경우 토지 소유자에게 토지 사용권이나 묘지 보존 권리를 행사할 수 없도록 했다. 이후 장사법은 한차례 개정을 통해 묘지의 기본 설치 기간을 30년으로 정하고 1회에 한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이 장사법의 시행으로 더는 분묘기지권을 인정할 필요가 없게 됐지만, 법 시행 이전에 설치된 묘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분묘기지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A씨는 2011년 자신 소유의 임야에 B씨 등이 무단으로 6기의 묘지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묘지를 다른 곳으로 옮기라며 소송을 냈다.
1, 2심은 문제가 된 6기의 분묘 중 5기는 20년 이상 B씨 등이 점유해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했으므로 그대로 두고, 나머지 1기는 분묘기지권이 인정되지 않아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사안의 중대성을 이유로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회부했고, 하급심 판결이 옳다고 판단했다.
hy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