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관 나뉜 폐쇄적 환경·관리감독 부실…'인권 사각지대'
피해 아동들, 버림받을까 봐 두려워 신고 못 해
(여주=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보육시설에서 오갈 데 없는 어린이들을 상대로 학대를 일삼은 전 보육교사 등 8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여주지청은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경기도 여주시의 한 보육원에서 일하던 장모(40·여)씨 등 3명을 구속기소하고 변모(36·여)씨 등 3명은 불구속기소, 2명은 약식기소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들은 어린이들을 각목과 가죽벨트 등으로 폭행하고 오줌을 마시게 하는가 하면 속옷만 입힌 채 밖으로 내모는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해 2007년부터 최근까지 10년 가까이 학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학대는 보육원의 폐쇄적 환경, 낮은 인권의식,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감독 부실 등이 맞물려 오랜 기간 은폐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보육원에는 9개의 생활관이 있다. 생활관은 교사 방 1개, 어린이 방 4개, 거실, 화장실, 주방 등으로 이뤄져 일반 아파트와 비슷한 구조이다.
보육원에 머무는 어린이 90여명은 각 생활관에서 10명가량 함께 지내고 있다.
교사는 모두 18명으로 생활관당 2명씩 24시간 교대제로 근무한다. 교사 대부분은 생활복지사 2급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교사의 지도 하에 어린이들은 각자의 생활관에서 청소, 빨래 등의 집안일을 분담하며 생활한다.
검찰은 이처럼 외부와 접촉이 드문 폐쇄적 환경이 학대가 장기간 이뤄지는데 중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생활관이 독립가구 구조여서 다른 생활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는 폐쇄성이 유지됐다"며 "일부 보육교사의 가학적 학대행위가 반복됐음에도 외부의 감시·감독이 미치지 못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폐쇄적인 환경일수록 외부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지만, 보육원의 관리·감독을 맡은 여주시는 형식적인 행정을 하는 데 그친 것으로 보인다.
여주시는 지난해 6월과 11월, 12월 세 차례 이 보육원에 대한 지도점검을 나갔지만, 경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인 6월 지도점검에서 별다른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여주시는 현재 아동담당 주무관 1명이 이 보육원과 같은 관내 아동양육시설 5곳을 포함해 17곳의 아동시설을 지도점검하고 있다.
이처럼 보육원이 관리·감독의 사각지대로 빠지면서 이번에 구속기소된 보육교사 1명은 지난 2015년 아동학대 행위 일부가 적발돼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개인의 우발적 범행으로 처리돼 다른 보육교사들의 학대행위는 밝혀지지 않았다.
여기에 보육원 전반의 낮은 인권의식까지 겹치면서 어린이들은 벼랑으로 내몰렸다.
피해 아동 가운데 일부는 자해, 가출 등 나름대로 저항을 했고, 보육원 내 상담교사는 상담과정에서 이런 학대행위가 있던 정황을 일부 파악했지만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관계자는 "문제가 조기 발견될 수 있었지만, 아동 인권에 대한 낮은 감수성으로 시정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피해 아동들은 6∼14세에 불과해 피해를 외부에 알릴 정도의 인지력에 이르지 못했거나 보육시설에서 버림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신고하지 못했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8∼9세 때 학대를 당하고 현재 고교생으로 성장한 일부 원생들은 정서적 충격 상태를 경험, 지금까지 극심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현재 이 보육원은 아동학대가 확인돼 6개월 이내 사업정지 행정처분을 받아야 하지만 검찰은 어린이들을 전원시킬 마땅한 보육시설이 없는 점, 어린이들이 함께 생활하기를 원하는 점 등을 고려해 시설 유지를 여주시에 건의했다.
이번에 재판에 넘겨진 보육교사 등은 경찰이 수사에 나선 지난해 8월을 전후로 사직하거나 해임되는 등 모두 보육원을 떠났다.
zor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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