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도발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다. 북한은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신형 미사일 2기를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미사일 2기는 이동식 발사 차량(TEL)에 탑재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명령만 떨어지면 언제든지 발사할 수 있는 상태인 것으로 한미 정보당국이 판단한다고 한다. 김정은이 올해 신년사에서 ICBM 시험발사 준비가 마감단계에 있다고 밝힌 이후 실제 시험발사가 예상보다 빨리 이뤄질 공산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일(현지시각 20일)에 맞춰 발사될 가능성을 점친다.
북한은 이달 8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ICBM이 최고 수뇌부가 결심하는 임의의 시각과 장소에서 발사될 것"이라고 구체적인 위협을 가한 바 있다. 이후 미사일을 노출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에 ICBM 시험발사가 단순 위협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실제 북한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감시하기 위해 미국의 해상기반 X-밴드 레이더(SBX)가 하와이에서 서태평양 쪽으로 긴급 이동한 지난 9일 무렵에 북한의 신형 미사일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참모본부는 19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ICBM 발사동향이 구체적으로 포착됐는지에 대해선 "현재 확인된 사항은 없다"고 했다. 다만 "북한 수뇌부가 결심하면 언제 어디서든 발사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실제 ICBM 시험발사에 나서면 가뜩이나 경색된 동북아 정세는 급랭할 것이 뻔하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정권 출범에 즈음해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하는 것은 '제 발등을 찍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고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문제가 정권의 위기대응 역량의 첫 시험대가 될 경우 예고한 대로 북한뿐 아니라 중국을 상대로도 강력히 대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의 유엔주재 미국 대사 내정자인 니키 헤일리는 18일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과 관련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는데도 아무런 말(조치)을 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북한은 확실하게 잘 주시해야 할 국가"라고 단언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내정자도 이달 12일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의 ICBM을 '심각한 위협'으로 규정했고, 필요하면 선제 무력 대응을 선택방안의 하나로 삼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어떤 것도 선택 목록에서 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선 북한이 ICBM을 발사하면 요격해야 한다는 주장도 공공연하게 나온다.
북한은 무모한 도발 위협을 즉각 멈춰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핵과 미사일 능력을 인정받으려고 경거망동하다가는 자칫 한반도에서 무력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 재앙은 북한뿐 아니라 한국도 피해갈 수 없다. 정부가 미국 새 행정부와 긴밀한 협의 채널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기도 하다. 군사적 대비태세를 철저히 점검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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