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마다 성조기…상점엔 '트럼프 기념품' 가득차
테러 대비 2m높이 철제담장 빼곡…'온통 잿빛'
(워싱턴=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하루 앞둔 19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DC 시내는 온통 잿빛이었다.
시내 주요 도로마다 테러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약 2m 높이의 철제 담장이 빼곡히 둘러쳐졌고, 취임 축하 행렬이 지나갈 예정인 도로 옆에는 역시 회색빛인 임시 관람 스탠드가 1∼2층 높이로 설치된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이날부터 재택근무를 시켰고 관광객들이 나타나기에는 이른 시점이어서 거리에 행인들이 드물었던 점, 약 8∼9℃의 겨울치고는 그리 춥지 않은 기온임에도 짙은 구름이 낮게 깔린 모습도 거리의 분위기를 회색빛으로 바꾸는 데 한몫 거들었다.
연방의회 의사당은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고 취임식용 구조물들이 낮게 설치돼 건물의 상당 부분을 볼 수 있었지만, 취임 축하 행렬의 종착지인 백악관 뒤편 라파예트 공원 앞은 귀빈석과 관람석, 방송카메라용 구조물들이 빼곡히 들어선 탓에 백악관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평소에 사용되던 도로변 주차요금 수납기에는 빨간색의 덮개가 씌워졌고, 도로 곳곳에는 어디로 가면 취임 축하 행렬이 지나가는 곳인지, 혹은 어디로 가면 백악관인지를 알려주는 임시 표시판들이 줄줄이 나붙었다. 한글 표시판도 있었다.
백악관 주변의 기념품 상점들은 일제히 트럼프 당선인의 얼굴 사진과 이름, 그리고 그가 45대 대통령임을 뜻하는 '45'라는 숫자로 꾸며진 각종 상품으로 가득 찼다. 백악관에서 다소 떨어진 14번가의 한 기념품 상점 주인은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나타나자 문앞으로 나와 '내일이면 이 상품들이 다 매진될 것'이라며 행인들을 유혹하기도 했다.
의회 의사당 뒤편 연방대법원 건물 부근부터 내셔널몰 링컨기념관까지 동서로 약 4㎞, 그리고 K스트리트에서 토머스 제퍼슨 기념관 사이의 남북으로 약 2.2㎞ 지역에 대한 차량 통행 전면 금지는 이날 오전부터 시작됐다.
그렇지만 철망이나 기둥부터 간이 화장실에 이르는 각종 자재를 실은 차량들이 분주하게 다니는 것은 물론, 진입 허가를 받은 차량이나 관광객들을 호텔로 실어나를 버스 등은 통제구역 안에서도 운행이 가능했다.
한 기념품 상점 밖에서 기념품들을 지켜보던 50대 남성 딘 맥퍼슨은 트럼프 지지자인지를 묻자 "그렇다"고 답한 뒤 "솔직히 말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뒤 얼마나 일자리를 만들고 얼마나 미국인들을 잘 살게 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과 비교했을 때 훨씬 진정성이 있어 보여서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트럼프에게 표를 줬다"고 설명했다.
하루 뒤인 20일 트럼프는 의사당 앞에 마련된 취임식장에서 선서한 뒤 백악관 뒤편까지 도로를 따라 축하 행진을 할 예정이다. 그때는 약 100만 명으로 예상되는 축하 인파와 거리마다 내걸린 성조기 장식이 워싱턴DC 시내를 각양각색으로 수놓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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