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게이트 쑤저우공장 폐쇄에 中 "정상적 경영활동" 주장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조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세계 2위의 하드디스크 업체인 미국 시게이트(Seagate)의 중국공장 폐쇄를 두고 중국의 외자기업 차별 대우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신랑(新浪)과기 등에 따르면 시게이트는 최근 중국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공장 가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천명의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 시게이트측은 이들에게 2개월분 임금을 보상금조로 제공키로 했다.
197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설립된 시게이트는 2005년 경쟁업체 맥스터에 이어 2011년 삼성전자 하드디스크 사업부를 인수하며 미국 웨스턴디지털에 이어 세계시장 2위에 올라있는 하드디스크 생산업체다. 쑤저우 외에 인접한 우시(無錫)와 태국에서도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시게이트는 지난 2014년말 장쑤성 세무국으로부터 7년간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조사를 받다가 14억 위안(2천400억원)의 세금을 납부하는 것으로 협의가 이뤄졌다. 이듬해 3월 세무당국과 이전가격 사전합의문(APA·Advance Pricing Arrangement)에 서명하기도 했다.
시게이트의 돌연한 공장폐쇄 소식에 2년전 거액의 세금이 경영상 부담으로 작용해 사실상 중국에서 내쫓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나스닥 상장사인 시게이트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이 29억8천6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9.2% 줄고 영업이익도 1억6천500만 달러로 82.3% 감소했다.
중국이 보호무역주의 배척을 선언하며 자유 무역 체제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있지만 실상은 외국기업에 이중잣대를 적용, 불공평하게 대우한 결과가 이 같은 경영악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시게이트측은 "중국시장에 대한 믿음은 여전하지만 세계 경제 형세의 변화와 노트북 컴퓨터, 개인용 컴퓨터, 기업체 하드디스크 수요의 하락에 따라 경영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차원의 결정"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시게이트는 올해말까지 전세계에서 직원 총수의 14%에 해당하는 6천500명의 인력을 감축하기로 한 상태다.
중국 정부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국제사회에서 반(反) 보호무역 기치를 내건 가운데 불거져 나온 시게이트 공장폐쇄 소식이 중국의 외국기업 차별 논란으로 번질까 우려하며 황급히 대응에 나섰다.
쑨지원(孫繼文)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시게이트 쑤저우공장 폐쇄는 정상적인 기업경영상 결정으로 전세계 범위내 경영전략 조정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쑨 대변인은 외국계 기업들에 대한 차별대우 논란에 대해서도 "외국자본의 중국내 투자환경이 악화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개방문호를 더욱 확대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중국 국무원이 외자유치, 공정거래를 위한 20개 개방조치를 내놓은 것을 상기시켰다.
쑤저우시 상무국도 "시게이트 공장폐쇄가 지난 몇년간 장쑤성 일대의 원가가 상승한 것이 중요한 원인이었을 것"이라며 상당수 기업들이 동남아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최근 들어 장쑤성 일대 기업들의 공장 폐쇄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애플, 샤오미 휴대전화를 하청 생산하는 롄젠(聯建)과기와 노키아 쑤저우공장이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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