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미국과 동맹 위협시 격추"…전문가들 "北, 비행거리 축소 예상"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북한이 최근 포착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경우 미국과 일본이 미사일방어(MD) 체계를 가동해 요격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여기에 북한 ICBM이 일본 열도를 통과해 태평양까지 비행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북한은 실전배치 초기 단계인 ICBM급인 KN-08과 그 개량형인 KN-14를 한 번도 시험 발사한 적이 없으며, 중거리탄도미사일인 무수단(BM-25)도 8차례 시험발사 중 한 차례만 400㎞ 비행에 그치고 나머지는 실패했다.
◇ 미·일, ICBM 요격체계 가동하나
미국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발사 명령한 ICBM이 미국과 동맹을 위협하면 격추하겠다고 공언했다.
곧 물러나게 될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8일(이하 현지시간) 미 NBC방송 인터뷰에서 북한 ICBM이 "우리를 위협한다면, 또 우리 동맹이나 우방국 중 하나를 위협한다면 격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터 쿡 국방부 대변인도 19일 정례브리핑에서 카터 장관의 발언이 여전히 유효하냐는 질문에 "그것은 미 정부의 입장"이라며 "우리는 오랫동안 북한의 위협에 대비해 왔고 또 매일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달 초 북한의 신형 ICBM 2기가 포착되자 첫 군사적 조치로 해상기반 X-밴드 레이더(SBX)를 모항인 하와이에서 일본과 가까운 서태평양 해상으로 긴급 이동시켰다.
미국 언론은 이 레이더가 한반도에서 약 1천600㎞ 떨어진 일본 동쪽 태평양 해상에 배치될 것이라고 전했다.
탐지거리가 2천㎞를 넘는 이 레이더는 길이 116m, 높이 85m에 무게 5만t으로, 축구장만한 갑판 위에 거대한 레이더돔을 탑재해 대기권 밖에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탐지한 뒤 요격체계에 통보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스카(橫須賀) 해군기지에 배치된 이지스 구축함을 동해 쪽으로 전개해 북한 미사일을 감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최신형 이지스 통합 전투체계인 '베이스라인 9'(Baseline. BL9)을 갖춘 알레이 버크급 이지스 유도미사일 구축함 '배리함'을 요코스카 기지에 배치했다. BL9 체계는 탄도미사일을 추적해 요격하면서 동시에 항공기 등을 상대로 한 대공 전투까지 할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의 이지스 구축함에는 150~500㎞의 고도에서 요격하는 SM-3 대공미사일이 탑재돼 있어 이론상으로는 대기권 진입 전이나 진입 후 낙하하는 북한 ICBM을 요격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100% 요격'에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일본 정부도 북한 탄도미사일이 일본까지 날아올 우려가 있을 때 중간에 이를 요격하도록 하는 '파괴조치명령'을 발령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동해 상에 SM-3 대공미사일을 탑재한 이지스함을 대기시키고 지상에는 지대공 유도미사일 패트리엇(PAC-3)을 배치해 2단계에 걸쳐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도록 하고 있다.
◇ 북 ICBM, 일본 열도 통과하나
북한이 조만간 발사할 것이라고 위협하는 ICBM이 일본 열도를 통과해 태평양 해상에 낙하할지도 관심을 끈다.
지난해 9월 5일 황해북도 황주 일대에서 동해 상으로 발사된 노동미사일 3발은 모두 1천㎞ 안팎을 비행해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을 400여㎞ 침범해 해상에 떨어졌다.
같은 해 8월 3일에는 황해남도 은율군 일대에서 발사한 노동미사일 2발 중 1발이 1천㎞를 비행해 탄도미사일 조기경보 레이더인 AN/TPY-2 기지가 있는 일본 아키타(秋田)현 오가(男鹿)반도 서쪽 250㎞ 지점의 배타적경제수역(EEZ)까지 비행하기도 했다.
노동미사일은 일본 EEZ 해상까지 비행하면서 조만간 최대 사거리를 1천300㎞까지 늘릴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북한 장거리 미사일은 한차례 일본 열도를 통과한 사례가 있다. 1998년 8월 사거리 2천500km로 추정된 대포동 1호를 시험 발사해 2단 추진체가 일본 열도를 통과해 1천600여km를 날아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북한이 한 차례도 발사한 적이 없는 ICBM이 일본 열도를 통과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북한의 ICBM이 일본 열도를 통과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측이 엇갈린다.
미국과 일본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일본의 EEZ까지로 비행 거리를 축소할 것이란 전망과 함께 이번 기회에 핵무기 운반 수단인 ICBM의 능력을 보여주고자 일본 영공을 통과하도록 사거리를 연장할 것이란 관측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아직은 기술적 한계 속에 북한이 주장하는 인공위성 발사를 제외하고 일본 열도 이상을 비행한 미사일 발사는 없었다"면서 "미국 트럼프 신행정부와 관계를 고려해 레드라인은 넘지 않을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첫 시험발사라는 점에서 아주 짧은 거리만 비행토록 해서 ICBM이 실제로 공중에 뜨는 모습만 공개할 수도 있다"면서 "어떠한 경우이건 일정 거리를 안정적으로 비행에 성공하면 최대사거리는 엔진 출력, 연료량 조절 등으로 얼마든지 과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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