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환 이슈, 사드·오너 리스크 우려 희석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검토 발표로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이 커지며 롯데 주요 계열사 주가가 20일 동반 상승했다.
지주사 전환 검토라는 호재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와 특검 수사 확대에 따른 오너 리스크라는 악재보다 시장에서 더 큰 힘을 발휘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롯데제과는 전 거래일보다 9.86% 오른 19만5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롯데쇼핑은 5.08% 오른 22만7천500원에, 롯데칠성은 3.76% 상승한 146만4천원에 마감했다.
롯데푸드(2.39%)와 현대정보기술(1.56%), 롯데하이마트(0.12) 등도 동반 상승했다.
다만, 롯데정밀화학(-2.48%)과 롯데케미칼(-1.83%), 롯데손해보험(-1.03%) 등은 약세를 보이기도 했다.
롯데 주요 계열사 주식의 동반 상승은 롯데 측이 전날 장 마감 후 롯데쇼핑, 롯데칠성, 롯데제과, 롯데푸드 등 계열사 네 곳의 공시를 통해 "순환출자 해소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분할, 합병, 분할합병 등을 비롯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공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법원의 영장 기각 결정으로 지난해 횡령·배임 등 혐의로 수사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한 대기업 '오너 리스크'가 일부 해소됐다는 전망에다가 '지주사 전환' 호재까지 겹쳐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실제로 이날 유독 강한 상승세를 보인 롯데제과와 롯데쇼핑, 롯데칠성 등은 그룹 지배체제의 핵심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업체들로 지주사 전환의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416개에서 67개까지 줄어든 롯데그룹 순환출자 고리 가운데 54개가 호텔롯데-롯데알미늄-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상사-한국후지필름-롯데쇼핑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상헌 연구원은 "롯데쇼핑·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푸드 등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투자회사를 합병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고, 동시에 합병회사에 대한 신동빈 회장의 지배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른 한편에서는 호텔롯데를 상장시켜 일본 롯데그룹의 지분율을 낮추는 등 한국롯데를 독립적인 구조로 운영하기 위한 지배구조 변환이 일어날 것"이라며 "결국에는 호텔롯데 투자회사와 롯데쇼핑 투자지분이 주축이 된 지주회사와의 합병을 통해 신 회장이 한국롯데의 확실한 오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가에서는 롯데그룹이 순탄하게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되면 계열사 주가가 재평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불투명했던 지배구조 개선되고 신동빈 회장의 한국 롯데에 대한 지배력이 확고하게 자리 잡으면서 롯데그룹주 전반에 대한 디스카운트(할인) 요인이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송치호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롯데제과의 경우 롯데그룹 식품 부문을 아우르는 중간지주회사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과거 오너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 시 업종 특성에 비해 주가가 크게 변동했던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송 연구원은 "그동안 지배구조 변화와 관련한 기대감이 롯데제과 주가에 많이 반영돼있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지주회사 전환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주가가 탄력을 더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주요 계열사들의 기업공개 가능성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 추진으로 보유 자회사들의 기업공개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롯데쇼핑에 대한 투자의견을 '단기매수'에서 '매수'로 올리고 목표주가도 24만원에서 27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SK투자증권도 롯데쇼핑이 지주사 개편 과정에서 사업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면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올렸다.
롯데의 '지주사 전환' 이슈는 사드 부지 제공 등 악재도 떨쳐냈다.
장 개장에 앞서 롯데그룹이 지난해 국방부와의 합의한 대로 경북 성주군 초전면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나 주가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롯데그룹주는 지난달 초 중국 당국이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의 중국 내 계열사를 상대로 전방위 조사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는 동반 하락세를 보이는 등 영향을 받은 바 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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