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 정부가 근로자의 초과근무 시간을 월 60~80시간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현행 노동기준법도 하루 8시간, 주 40시간 넘게 일을 시키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노사가 합의하면 사실상 무제한 초과근무가 가능한 특례조항의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위반기업에 대한 벌칙규정을 신설해 과도한 초과근무를 원천적으로 막는다는 방침이다.
20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후생노동성은 다음달 1일 열리는 '일하는 방식개혁실현회의'에서 논의를 시작해 연내에 관련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내에서는 2019년 시행을 목표로 법 개정을 추진하자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경제계의 의견도 들어 구체안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현행 노동기준법은 노사가 합의하면 초과근무와 휴일근무를 허용하고 있다. 노사협정에 특별조항까지 적용하면 월 45시간인 상한에 구애받지 않고 사실상 무제한 초과근무가 가능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노사가 특별조항을 체결하고 있는 회사는 전체 기업의 20%에 달해 과도한 장시간 근로와 과로사 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법률상 강제력이 있는 상한을 설정해 이런 특별조항의 맹점을 막는다는 계획이다. 후생노동성은 장시간노동을 시키는 기업에 대한 현장조사 기준을 월 80시간 이상 초과근무를 시키는 기업으로 정해 놓고 있다. 정부 내에서는 초과근무 시간 상한을 여기에 맞춰 80시간으로 하자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월 60시간 이상의 초과근무에 대해서는 할증임금의 할증률을 높이도록 한 규정에 비추어 상한선을 월 60시간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초과근무에 대한 규제강화를 요구하는 노동계를 중심으로 60시간 상한선을 지지하는 의견이 많다.
상한을 1개월 단위로만 정하면 근로환경에 따라 적용하기 어려운 기업이 있을 수 있는 점을 고려해 6개월 또는 1년 단위의 상한도 설정해 기업이 어느 한쪽이든 준수하면 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연간 상한은 노동조합 중앙조직인 렌고(連合)가 제시한 750시간을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근무한 시간이 아니라 미리 정한 노동시간과 그 외 근무분 등을 가미해 임금을 지급하는 "재량노동제"를 적용하는 기업은 규제를 받게 된다. 이런 제도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는 연구 개발직이나 디자인 등 전체 근로자의 1% 정도다. 법 개정을 통해 노사가 합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노동시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상한을 설정하는 방향으로 검토키로 했다.
일본 정부가 이미 제출한 노동기본법 개정안에는 일한 시간이 아니라 성과로 평가하는 "탈(脫)시간급"을 도입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외환딜러나 금융상품 개발 등에 종사하는 일정액 이상의 연봉소득자가 대상이다. 탈시간급 노동자는 기존의 시간 규제 적용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새로 초과근무시간 상한이 마련되더라도 적용대상이 되지 않는다.
한편 렌고가 최근 실시한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신입사원 채용 면접 때 "입사후 초과근무나 휴일에 출근할 수 있느냐"고 묻는 기업이 전체 응답 기업의 36.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전했다.
렌고는 작년 가을 가맹 노조를 대상으로 신규졸업자 채용 및 전직시 취직차별실태 조사를 했다. 3천646개 기업이 응답한 조사결과를 보면 면접에서 초과근무나 휴일에도 출근할 수 있는지 묻는 기업이 36.6%, 전근 보내도 되겠느냐고 묻는 기업이 43.9%, 결혼했는지, 할 예정인지를 질문하는 기업이 11.9%였다. 렌고는 이런 조사결과에 대해 "취업차별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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