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지정 사유 확대…'분식' 전력 상장사 자유선임 못한다
회계법인 품질관리 못하면 상장사 감사 못해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상장회사의 외부감사인(회계법인) 지정절차가 대폭 강화된다.
예를 들어 분식회계를 하거나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상장사는 감사인을 자유롭게 선임할 수 없게 된다. 대신 해당 기업은 증권선물위원회가 직권으로 지정한 감사인이나 새로 도입하는 선택지정제에 따라 3개 회계법인을 추천하고 증선위가 지정한 감사인을 선임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22일 금융당국이 직권으로 감사인을 지정할 수 있는 사유를 추가하고 선택지정제를 도입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회계 투명성 및 신뢰성 제고를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2013년 대우건설[047040], 모뉴엘에 이어 2015년 대우조선해양까지 대형 회계부정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자 금융당국은 작년 8월 회계제도 개혁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회계 투명성·신뢰성 제고를 위한 종합대책을 논의해왔다.
당국은 증권선물위원회가 직권으로 1개의 회계법인을 지정할 수 있는 현행 지정제(직권지정제)에 지정사유를 추가했다.
직권지정에 추가한 사유는 ▲ 분식회계로 해임권고를 받은 임원이나 일정 금액 이상 횡령·배임 전력이 있는 임원이 있거나 ▲ 거래소 규정상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되고 벌점이 4점 이상이거나 ▲ 내부고발자에게 불이익 조치를 하거나 ▲ 선택지정제 대상이면서 감사인에게 사전에 입찰가를 확인하는 등 부정행위를 하다가 적발된 경우 등이다.
새로 도입하는 감사인 선택지정제는 상장회사가 3개의 회계법인을 추천하면 증선위가 그중 하나를 지정하는 제도다.
국민경제에 영향이 큰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회사와 금융회사, 소유·경영 미분리, 최대주주 등에 자금대여가 많거나 감사전 재무제표 지연제출 등 분식회계에 취약한 요인이 있는 상장회사가 선택지정제 대상이다.
수주산업 등 증선위가 정하는 '회계투명성 유의업종'에 속하는 상장회사도 선택지정을 받아야 한다.
다만 증선위가 정하는 외국 증권거래소에 유가증권을 상장한 회사는 선택지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르면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이고 해외 주요 거래소에 상장하지 않은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SK, LG[003550], 롯데 등 대규모기업집단 200곳가량과 하나금융, 미래에셋대우[006800] 등 금융사 60곳가량도 선택지정대상이 된다.
삼성전자, SK텔레콤, 롯데쇼핑 등 해외상장된 계열사가 있더라도 그룹의 외부감사인은 선택지정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금융위의 설명이다.
이들 선택지정제 대상 회사는 외부감사인을 6년간 자유 선임한 뒤 3년간 선택지정 선임해야 한다.
이 방안은 법안 통과 후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된다.
직권지정제 대상 회사는 전체 상장사의 10%, 선택지정제 대상 회사는 상장사의 40%가량으로 추산됐다. 작년 기준 상장회사 중 지정감사 비율은 6.8%였다.
금융당국은 또 핵심감사제(KAM)의 대상을 수주산업에서 전체 상장사로 2023년까지 단계적 확대할 방침이다.
KAM 대상이 되면 감사보고서에 '적정' '한정' '부적정' '의견거절' 등 감사의견뿐 아니라 유의해야 할 주요 감사사항과 관련한 감사절차와 결과를 기재해야 한다.
내부관리 강화를 위해 회사의 내부감사·감사위원회에 회계부정을 발견하면 외부전문가를 선임해 조사·조치하고 그 결과를 증선위와 감사인에게 동시에 제출해야 하는 의무를 부여했다. 내부감사는 회계부정이 발견되면 과징금을 받을 수도 있다.
또 부정회계를 사후에 찾아내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내부고발 포상금 상한을 1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올리고, 회사가 내부신고자에게 불이익을 주다가 적발되면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의 감리도 대폭 강화해 현행 25년에서 10년 주기로 전수 감리를 하고 감사인 지정을 받지 않는 회사에 대해서는 현재 10년에서 6년 이내 주기로 감리할 계획이다.
또 심사감리시 자료제출요구권을 부여하고 정밀감리할 때에는 계좌추적권도 인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금감원 내 감리 조직의 인원을 대폭 확충할 계획이다.
분식회계나 부실감사가 적발시 회사와 감사인에 대한 과징금 부과 기준 대폭 상향하고 상한 20억원도 폐지하기로 했다.
감사 품질을 높이기 위해 품질관리 수준 등 요건을 정해 '상장회사 감사인 등록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현재 회계법인이면 누구나 상장회사를 감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회계법인들이 자발적으로 감사 품질관리를 강화하게 돼 감사의 질이 높아질 것으로 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회사-감사인 간 이견조율과 감사자료 추가 확인 등을 위해 사업연도 경과 후 90일로 규정된 사업·감사보고서 제출기한을 연 1회, 5영업일 이내로 연장할 수 있게 됐다.
김태현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여러 제도가 점진적으로 개선돼왔음에도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며 "선임-감사-감리-처벌에 이르는 회계 관련 업무에 대해 종합적 대책 마련으로 투명하고 신뢰도 높은 회계감사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2월 중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1분기 이내에 세부방안을 마련하고 2분기에 입법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cho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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