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페이크(fake·가짜) 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거짓 정보를 인터넷 기사인 것처럼 꾸며 유포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포털을 주 무대로 하고 있다. 사실 여부를 가리기도 전에 인터넷을 타고 급속하고 광범위하게 퍼져나가기 때문에 당하는 입장에선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흑색·음해 선전의 새로운 변형쯤 되나 그 파괴력은 과거와 비할 바가 아니다.
특히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페이크 뉴스의 기세가 더 사납다. 벌써 일부 후보가 집중 공격을 당했고, 그로 인한 후유증도 적지 않다. 불법 신(新)병기의 등장을 예고한 셈이다. 실제 지난해 미국 대선에선 페이크 뉴스가 선거 판세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통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e메일 유출을 조사하던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이 살인을 한 뒤 자살한 채 발견됐다"는 페이크 뉴스가 유포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오는 9월 총선을 앞둔 독일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페이크 뉴스 생산자에 대해 최대 징역 6년, 이를 싣거나 옮긴 매체는 건당 50만 유로(6억3천만 원)의 벌금을 물리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반기문 전 유엔 총장은 귀국 1주일여 동안 페이크 뉴스의 십자포화를 받았다. 사례가 하도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도 쉽잖을 정도다. 선친 묘소를 참배할 때 제례 절차를 무시하고 음복했다는 퇴주잔 논란과 함께 충북 음성 꽃동네에 갔을 때 턱받이 앞치마를 해 봉사수칙을 어겼다거나 공항에 특별 의전을 요구했다는 등의 허위사실이 버젓이 나돌았다. 반 전 총장 측은 "일일이 대응하기 쉽지 않고 무시하자니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우 문(文) 씨 성을 가진 주요 인물들이 종북했다는 '나주 남평 문씨 빨갱이 설'에 휘말렸다. 중앙선관위는 최근 전국 시·도 선관위 간부들을 소집해 페이크 뉴스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담은 '19대 대선 중점 관리대책 방안'을 전달했다. 가짜뉴스 앱 제작자나 홈페이지 운영자에 대한 사전 실태 파악, 집중 모니터링, 포털과 업무협약을 통한 협조체제 구축 등이 주요 내용이다. 또 위법 페이크 뉴스에도 공직선거법을 적용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키로 했다. 하지만 선관위 조치가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많다. 사전 단속보다 사후 규제에 치중해 자칫 사후약방문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대선에서 페이크 뉴스의 원천적 차단을 위해선 원칙과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 외에 달리 뚜렷한 방도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후보들이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언론도 사실을 정확·신속하게 보도해 페이크 뉴스가 설 공간 자체를 없애는 게 우선의 방책이다. 그러나 결국은 유권자의 몫이다. 두 눈을 부릅떠 페이크 뉴스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가짜에 속아 잘못된 선택을 할 경우 그 부메랑은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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