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연구 결과 토대로 새 성교육 자료 학교 배포하기로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학교 성교육 시간에 동성애를 가르치는 것은 시기상조다" vs "예민한 청소년기일수록 오히려 더 자세히 가르쳐야 한다"
학교 성교육 시간에 남성과 여성이 아닌 제3의 성, 성소수자, 동성애 등을 가르치는 문제를 놓고 다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동성애 등의 내용은 '학교 성교육 표준안'에 넣지 않는다는 기존 방침을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21일 학교 성교육 표준안 및 성교육 자료에 대한 정책연구 결과를 토대로 성교육 자료 내용 일부를 수정해 3월 새 학기 각 학교에 배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교 성교육 표준안이란 교육부가 체계적인 학교 성교육을 위해 2015년 3월 도입한 성교육 '가이드라인'이다. 교육부는 약 40쪽 분량의 이 성교육 표준안과 함께 별도의 교사 참고 자료를 제작해 각 학교에 파일 형태로 배포했다.
하지만 이 교사 참고 자료에 금욕을 강요하고 성 역할을 오히려 고착화하는 내용 등이 들어있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됐다. 특히 성교육 표준안에 동성애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아 '성소수자 인권을 무시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 때문에 관련 시민단체, 여성단체 등에서 성교육 표준안을 철회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논란이 커지자 교육부는 지난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성교육 표준안 수정을 위한 정책연구를 했다.
정책연구 결과, 성교육 표준안 자체는 수정할 내용이 없으며, 교사용 참고 자료는 남녀 성차별적 고정 관념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일부 수정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성적자기결정권, 다양한 가족형태 인정, 성소수자(동성애) 등의 내용을 표준안에 포함할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도 다양한 의견이 대립하고 있고, 사회적으로도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어서 중장기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교육부는 그러나 이같은 결론이 '성교육 시간에 동성애 언급을 원천봉쇄'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만약 수업 중 학생이 동성애에 관해 질문하면 교사가 대답하고 토론도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국가가 정하는 가이드라인인 표준안에 이 내용을 집어넣어 의무적으로 가르치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이런 입장은 보수 기독교 단체나 학부모 단체의 반발 등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동성애자를 인권 측면에서 배려하는 교육은 사회과 과목에서 이미 하고 있다"며 "이를 성교육 시간에 다루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로, 특히 성인이 아닌 초중고 단계에서 가르치는 것 역시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련 단체는 교육부가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나라 사무국장은 "청소년 성소수자의 자살, 따돌림 등의 문제가 굉장히 심각한 수준"이라며 "예민한 청소년기일수록 성 정체성 문제를 더 제대로 가르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라 사무국장은 "교육부의 성교육 표준안 논란은 기본적으로 현 정부가 성소수자 권리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면서 "표준안 폐기 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여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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