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글을 쓰라고 하면 덜컥 겁이 났는데 이제는 일기도 쓸 수 있어."
강원 삼척에 거주하는 이순옥(61) 씨는 최근 초등학교 학력을 인정받아 글을 배우지 못했던 한을 풀었다.
이 씨는 삼척교육문화관이 마련한 문해 교육 과정을 성실하게 이수하면서 초등학교 학력을 인정받았다.
그가 초등학교조차 마치지 못한 것은 가난했던 집안 형편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어렸을 때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서는 기성회비를 댈 수 없었다.
학교에 가지 못했던 이 씨는 집에서 소를 키우고, 집안일을 도우면서 글을 배울 기회마저 놓쳤다.
글을 몰라 겪은 불편은 한둘이 아니었다.
면사무소를 찾아가거나 은행을 갈 때마다 어려움에 부딪혔다.
반장을 하라고 주변에서 추천했지만, 통장 정리 등을 할 수 없어 포기하기도 했다.
글을 배우겠다는 결심을 했지만, 농사 일 때문에 도중에 포기하곤 했던 이 씨는 최근 3년에 걸쳐 초등학교 과정을 마쳤다.
초등학교 과정은 1단계(1∼2학년), 2단계(3∼4학년), 3단계(5∼6학년)로 구성돼 있다.
난도가 높은 3단계는 1년에 40주, 240시간 코스인데 이중 ⅔이상 수업에 출석해야 초등학교 과정을 최종 인정받게 된다.
이 씨는 곧 중학교 과정도 도전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산골이다 보니 누가 반장을 하라고 해도 글을 읽을 일이 난감해 맡지 못했다"면서 "글을 쓰라고 하면 겁이 났는데 이제는 일기도 쓰고 반장 일도 할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이 씨처럼 도내 4개 교육문화관에서 문해 교육 과정을 최종 이수한 24명이 올해 초등학력을 인정받았다.
이 가운데 11명은 방송통신 중학교에 입학 원서를 내고 학업을 계속 이어갈 꿈에 부풀어 있다.
강원교육청은 올해 강릉교육문화관, 삼척교육문화관, 명주교육문화관, 강릉시 여성문화센터, 횡성 군립도서관, 태성도서관, 도계읍사무소 등 7개 기관을 문해 교육 프로그램 운영기관으로 지정했다.
심만섭 문해교육심사위원회 위원장은 "보다 많은 어르신이 문해 교육을 통해 초등학력을 인정받고, 배움의 즐거움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권했다.
dm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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