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너무 헐값으로 수입돼 국내 업계에 피해를 주고 있는 중국산 인쇄판에 반덤핑 예비판정이 떨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무역위원회는 20일 중국산 평면 사진플레이트(옵셋인쇄판)에 대한 5.73∼10%의 잠정 덤핑관세 부과를 기획재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무역위는 중국산 인쇄판에 대해 조사한 결과 "덤핑 사실과 국내 산업의 실질적 피해를 추정할 수 있는 근거가 충분했다"며 예비 긍정판정을 내렸다. 알루미늄 평판에 감광재를 도포한 옵셋인쇄판은 전단지, 달력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국내 시장 규모는 약 1300억원인데 이중 70%가 중국산이라고 한다.
무역위 조사는 작년 8월 5일 국내 중소기업 제일씨엔피의 신청으로 시작됐다. 이번 예비판정을 토대로 무역위는 향후 3개월 간 현지실사, 공청회 등 본조사를 벌여 덤핑관세 부과 여부를 최종 판정한다. 무역위의 이번 결정이 주목받는 이유는 중국 측의 '반 사드' 통상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기 때문이다. 무역위 관계자는 "사드 배치 논란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의도와 상관없이 막무가내로 나오던 중국 측에 엄중한 경고가 되기를 기대한다.
작년 7월 한미 양국이 주한미군 사드(THAAD·초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계획을 발표한 이후 중국은 한국에 노골적인 규제 조치들을 퍼부었다. 그래도 우리 정부는 중국 측의 주의를 환기하는 선에서 정면대응을 자제해왔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정부 내 분위기가 달라졌다. 중국 측에 잘못된 것은 정확히 지적하고, 필요한 것은 강하게 요청해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됐다. 산업부가 17일 제4차 한중 통상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소집한 것도 그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이 TF는 중국을 둘러싼 통상현안과 현지 진출 기업들의 애로 사항을 점검할 목적으로 작년 말 가동된 관계부처 합동회의이다. 이번 회의에는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집중피해를 본 국내 자동차, 화장품 등 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는데, 정부 차원에서 중국의 무역장벽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목소리가 쏟아졌다고 한다.
앞서 정부는 지난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 회의에서 중국 측의 '반 사드' 제재 조치들에 대한 우려를 공식 전달했다. 정부는 한국산 폴리옥시메틸렌 반덤핑 조사, 광섬유 반덤핑 조치 연장, 폴리실리콘 반덤핑 관세율 재조사, 방향성 전기강판 반덤핑 판정 등을 사드와 연관된 수입규제 사례로 지적했다. 또 한국산 조제분유 등록 제한, 의료기기 등록수수료 부과, 화장품 19종 수입 불허, 춘제(春節·중국 설) 기간 전세기 운항 불허, '한한령(限韓令)'으로 인한 '한류' 위축 등 비관세장벽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회의에 참석한 산자부 관계자는 그러나 중국 측으로부터 "한국이 제기한 문제를 깊이 검토하고 관련 부처에 전달해 소통하겠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 우리 측이 '반 사드' 제재로 지적한 내용 중 정식 안건으로 채택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중국 측이 태도를 바꿔 무역보복을 줄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무역위의 이번 결정이 양국 간 무역갈등을 넘어 통상전쟁으로 비화하는 것은 어느 쪽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불행한 결과는 우리는 물론 중국 측도 바라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그래서 중국 정부가 지금부터라도 현실을 냉정히 인식하고 성숙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 쪽에서 나온 조치들은 지나치게 일방적이고 감정적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제라도 국면을 진정시킬 책임은 중국 쪽에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사드 문제로 한국과 통상전쟁이 벌어지면 글로벌 무역시장에서 중국의 입지도 약화될 수 있다. 맘에 들지 않으면 다른 나라도 무조건 완력으로 밀어붙일 건지 한번 자문해 봤으면 한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