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대회에서 선두와 20분 차이 나도 '끝없는 도전'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2017 서울 국제크로스컨트리 스키 대회가 열린 20일 서울 광진구 뚝섬 한강공원 크로스컨트리 경기장
0.5㎞의 코스를 돌아 순위를 정하는 이날 경기에 다른 선수들과 수준 차이가 좀 나는 듯한 팀이 눈에 띄었다.
양원석(23), 김성민(23), 정승환(19)으로 구성된 '서울대 스키부'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었다.
이들은 여느 서울대 소속 스포츠 선수들처럼 아마추어 신분으로 엘리트 대회에 출전하며 기량을 겨루는 '도전자'들이다.
이 대회는 산속에서 흔히 열리는 크로스컨트리와 달리 도심에서 비교적 단거리를 달리는 스피드 종목이다.
경기를 마친 이들에게 '몇 등을 했느냐'고 묻자 등수로 답하는 것이 아니라 "한 바퀴 정도 차이가 났다. 두 바퀴는 날 줄 알았는데 그래도 잘한 것"이라는 말이 돌아왔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4학년인 양원석은 "알파인 스키는 대학교 입학 전에 타볼 기회가 비교적 있는 편이지만 이런 노르딕 스키는 접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우리 모두 대학교에 들어와서야 노르딕 스키를 처음 타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어려서부터 스키 선수로 성장하는 '전문 선수'들과 대학교에 가서야 처음 노르딕 스키를 타본 이들 사이에 경쟁은 성립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들은 "크로스컨트리 15㎞ 대회를 나가면 국내 정상급 선수들이 38분 정도를 탄다"며 "우리는 1시간 안쪽에 들어오기가 쉽지 않다. 엘리트 선수 가운데 최하위권과 5분 이상 안 벌어지면 다행"이라고 설명했다.
1962년에 창설된 서울대 스키부는 현재 9명이 속해 있으며 이 가운데 5명이 노르딕, 알파인은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스키부 출신 방문석 의대 교수가 지도 교수를 맡고 있다.
국내 대회에서도 하위권이지만 이들의 스키에 대한 열정은 웬만한 선수 이상이다.
양원석은 "2학기가 종강하는 12월 말부터 2월 말까지 2개월 정도 강원도 횡계로 동계 합숙훈련을 간다"며 "겨울 계절학기도 듣지 못하고 자리를 오래 비워야 하므로 연구실에서 일할 기회도 줄어드는 단점이 있지만 다들 스키가 좋아서 한데 모여서 연습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전연패'로 유명한 서울대 야구부 등과 마찬가지로 다른 학교 선수들과 경쟁 상대가 안 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계속 엘리트 대회에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화학생물공학부 1학년인 정승환은 "사실 우리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훈련량이 적기 때문에 코스를 달리는 것 자체가 힘들다"며 "그래도 완주를 하고 나면 해냈다는 성취감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자유전공학부 4학년인 김성민은 "우리도 그런 한계를 잘 안다. 그러나 그만큼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주어진 여건에서 훈련을 최대한 많이 하려고 한다"며 "바닥에서 시작해서 기록이 조금씩 좋아지는 과정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스키부에서 기량이 가장 좋다는 양원석은 "서울대생이라는 편견을 없애고 싶다"고 당차게 답했다. 그는 "서울대생은 공부밖에 모를 것이라는 편견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세상에 재미있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며 "아마추어지만 프로처럼 준비한다는 자세로 계속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서울대 스키부는 2월 초에 열리는 전국체육대회에도 서울 대표로 출전한다. 목표는 "우리 한계를 이겨내는 것"이라고 했다.
email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