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본 20대 남성 관객, 소설도 사면서 '베스트셀러'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황희경 기자 = 새해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흥행 열풍이 소설의 인기로 이어지고 있다.
'너의 이름은.'의 인기가 영화를 넘어 다른 문화 콘텐츠까지 계속되는 데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열광하는 이른바 '덕후'(특정 분야를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뜻하는 일본어 '오타쿠'의 한국식 표현), 그중에서도 20대 남성들의 힘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너의 이름은.'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쓴 동명 소설은 새해 들어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라 있다.
이달 4일 영화 개봉과 함께 나온 이 책은 출간 직후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종합 8위로 진입한 뒤 계속 순위가 상승했다.
이어 1월 셋째 주에는 지난 하반기 이후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던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을 밀어내고 2위에 올랐다.
특이한 것은 이 책의 구매자가 주로 남성이었다는 점이다.
교보문고 분석에 따르면 소설 '너의 이름은.' 구매자 중 남성 독자가 55.2%였다. 베스트셀러 소설은 30대 여성을 중심으로 여성들이 주로 좌우한다는 점에서 특이한 현상이다.
연령대별로 분석하면 더욱 흥미로운 현상이 발견된다. 남성 중에서도 20대 독자의 비중이 24.0%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소설 '너의 이름은.' 외에 원작을 바탕으로 한 라이트노벨(애니메이션 풍의 장르소설) 역시 20대 남성들의 구매에 힘입어 베스트셀러 6위에 올랐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20대 남성들은 취업이나 외국어 관련 서적 등 주로 '목적성 구매'를 하고 30∼40대 남성들은 경제전략서를 주로 산다는 점에서 소설이 남성, 그것도 20대 남성 때문에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애니메이션을 본 관객 중에서도 20대 남성의 호응이 확인된다.
CGV 리서치센터 분석에 따르면 '너의 이름은.' 개봉 이후 이달 19일까지 남성 관객 중 20대의 비중이 42.7%로 가장 많다.
이는 같은 애니 장르인 '모아나' 남성 관객 중 20대 비중이 12.5%에 그친 것에 비하면 3배 가까운 수준이다. 지난해 전체 남성 관객 중 20대 비중이 30.5%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해도 많은 수치다.
문화계에서는 이들 20대 남성 관객들의 상당수가 '애니 덕후'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 동호회 등에는 '너의 이름은.'을 본 애니 덕후들의 열광적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영화를 수차례 반복 관람하는 것은 기본이다. SNS에는 17번 봤다는 경험담이 올라오기도 했다.
상영 도중 소리를 치거나 노래를 따라부르는 열성 팬들 때문에 짜증이 났다는 관객들의 불평도 다른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애니 덕후'들의 힘이 확인된 데 힘입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첫 장편 애니인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도 다음 달 개봉한다.
영원히 잠든 첫사랑을 구하기 위한 두 소년의 고군분투를 그린 작품으로, 2004년 작이지만 10여 년 만에 국내 관객을 만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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